한국마사회·공항공사·에너지평가원 정조준… 제주, 공공기관 6곳 유치전
마사회·공항공사·에너지평가원 최우선
수치예보사업단·해양환경·KOTRA도
정부 4분기 이전계획… 2027년 착수
말·항공·에너지 산업 연계가 승부처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정부가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350여곳의 2차 지방이전 필요성을 검토해 올해 4·4분기 이전계획을 내놓기로 하면서 제주가 유치 대상을 6개 기관으로 압축했다. 한국마사회와 한국공항공사,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을 최우선 대상으로 세우고 기관 기능과 제주 산업을 연결하는 유치전에 들어갔다.
20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2차 공공기관 제주 유치 범도민운동본부'는 전날 제주시 탐라문화광장에서 공공기관 제주 이전 촉구안을 발표했다. 도민과 경제계·시민사회단체, 혁신도시 인근 주민 등 200여명이 참여했다.
제주가 핵심 유치 대상으로 정한 기관은 한국마사회와 한국공항공사,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차세대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 해양환경공단,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 6곳이다.
가장 큰 변화는 차세대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이 추가되면서 도정과 도의회의 유치 후보가 일치했다는 점이다.
지난 8일 제주도는 한국마사회·한국공항공사·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해양환경공단·KOTRA 등 5곳을 핵심 희망기관으로 제시했다. 하루 뒤 제주도의회는 여기에 차세대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을 더한 6곳의 이전을 요구했다. 제주도가 이번에 사업단을 핵심 후보에 포함하면서 도와 의회가 같은 6곳을 놓고 정부 설득에 나서게 됐다.
이 가운데 제주가 가장 공을 들이는 기관은 한국마사회다. 제주는 전국 최대 말산업 생산 기반을 유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제주에는 말 1만4876마리가 사육돼 전국의 54.7%를 차지하고 국내산 경주마 생산량도 1021마리로 91.5%에 이른다. 제주경마공원과 한국마사회 제주목장도 이미 운영되고 있다.
마사회 본사의 정책·연구 기능을 말 생산과 육성, 경마, 관광 현장에 붙이면 기관 기능과 지역산업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는 게 제주 측 논리다.
한국공항공사는 섬 지역의 교통구조와 항공산업을 앞세운다. 제주는 주민 이동과 관광객 수송에서 항공교통 의존도가 높다. 제주공항 운영과 미래 항공교통, 항공우주산업을 묶어 공항공사 본사 이전의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이미 공식 유치 제안 단계에 들어갔다.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을 찾아 이승재 원장에게 본원 제주 이전 제안서를 전달했다. 제주혁신도시의 청사와 부지를 활용하고 주거·교육·교통 등 이전 직원의 정주 지원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제주는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 수소 등을 실제로 운용하면서 출력제어와 전력망 안정 문제를 먼저 경험해 온 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국가 에너지 연구개발을 기획·평가하는 기관과 실증 현장을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새로 핵심 후보가 된 차세대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도 눈에 띈다. 서울 동작구에 있는 사업단은 기상청 산하 공공기관으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의 성능을 높이고 기상재해 대응을 위한 예측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시·공간 통합형 수치예보기술 개발사업은 올해 종료 예정이지만 기상청은 사업단의 상시조직화와 2027~2032년 후속 연구개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태풍과 집중호우, 해양기상 등 기후위험에 노출된 제주와 수치예보 연구 기능을 연결할 수 있다는 게 유치 논리다. 다만 향후 사업단 조직과 후속 연구개발 체계가 어떻게 정리될지까지 유치전에서 함께 살펴야 한다.
해양환경공단은 해양환경 관리와 해양산업을, KOTRA는 국제교류와 수출·투자 지원 기능을 제주와 연결하는 후보로 제시됐다.
한국마사회 본사는 경기 과천에 있고 한국공항공사는 서울 강서구, 해양환경공단은 서울 송파구, KOTRA는 서울 서초구에 있다.
제주가 6곳을 희망한다고 해서 모두 정부 이전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 3일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원칙으로 수도권 잔류 최소화와 기존 혁신도시 중심의 집적 배치, 지역 대학·산업 연계, 자족적 정주기반 확충, 속도감 있는 이전을 제시했다. 여러 지역에 기관을 분산하기보다 기능적으로 연관된 기관을 기존 혁신도시와 산업에 묶겠다는 방향이다.
결국 유치전의 승부처는 '제주 몫'이 아니라 각 기관이 제주에 왔을 때 국가 정책과 기관 경쟁력이 어떻게 높아지는지를 입증하는 데 있다.
마사회의 말산업, 공항공사의 항공교통, 에너지기술평가원의 재생에너지 실증처럼 기관별 기능과 지역산업의 접점을 구체화하고 이전 직원의 주거·교육·의료, 전국 단위 업무를 위한 교통 접근성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
제주도는 현재 범도민운동본부를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범국민운동본부로 확대하고 기관별 유치 논리와 실행계획을 보완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해당 기관을 상대로 협의도 이어간다.
정부의 4·4분기 이전계획에 제주가 희망하는 6개 기관이 실제 이전 검토 대상에 포함되는지가 첫 관문이다. 이후 기관별 배치 원칙과 혁신도시 연계성, 이전 비용과 정주여건을 놓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간 유치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