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통한 효율" 25년 전 약속, 결국 "규모의 경제"로 선회
[파이낸셜뉴스]한국전력 자회사인 5개 발전공기업이 '한국발전'(가칭)이라는 하나의 회사로 통합된다. 경쟁을 통한 효율 제고를 명분으로 분할한 지 25년 만에 다시 '규모의 경제'를 위해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정부는 3일 공공기관 기능 개혁 추진 방안으로 5개 발전사를 하나로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발전 5사의 뿌리는 한전이다. 정부는 국내 최대 공기업이던 한전을 단계적으로 민영화하기 위해 2001년 발전 부문을 5개사로 분사했다. 경쟁 체제를 구축하면 전기요금 인하와 효율성 제고가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반대로 후속 단계인 민영화는 무산됐고, 전력 구매·판매는 한전이 독점하는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5사 간 경쟁 체제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애초 취지였던 '경쟁을 통한 효율화'를 달성하지 못한 채 25년이 흐른 셈이다.
발전공기업 통합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해 말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기후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왜 이렇게 나눠놨나"라며 발전공기업을 대표적인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했다.
통합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앞으로 쟁점은 통합본사를 어디에 둘지 여부다. 현재 발전 5사는 부산(남부발전)·울산(동서발전)·경남 진주(남동발전)·충남 보령(중부발전)·충남 태안(서부발전)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통합 시 5개 지역 중 상당수는 본사를 잃게 될 처지라, 지역 세수 감소와 청년 일자리 축소, 지역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각 지자체는 통합본사 유치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남동발전 본사가 있는 경남 진주에서는 지역 유치위원회가 결성돼 10만 명 서명운동에 돌입했고, "국가균형발전 정책에도 부합한다"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여기에 발전 5사 소재지가 아닌 세종과 전남도 유치전에 가세했다. 세종시는 이미 중부발전 세종발전본부와 남부발전 신세종빛드림본부가 있다는 점, 정부부처·국책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나주 역시 한전 본사가 위치한 에너지 클러스터라는 입지를 앞세운다.
다만 통합이 실제로 이뤄지려면 넘어야 할 절차가 여전히 많다. 우선 통합을 뒷받침할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고, 국회 논의와 노사 협의, 지역사회 의견 수렴까지 거쳐야 한다. 특히 통합 과정에서 발전공기업 5곳 경영진의 거취도 변수다. 지주사 체제가 아닌 단일 법인 체제로 재편될 경우 조직 구조가 대폭 바뀌는 만큼, 현재 사장단의 임기가 그대로 보장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허장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합 발전사) 본사 소재 문제는 아직 논의 중"이라면서 "향후 국회에서 법 개정과 노조와의 대화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이유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