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름 360여곳·곶자왈 110㎢ 5년 추적… '일회성 조사' 끝낸다
세계유산본부 2027~2031년 장기조사
오름 연 70곳씩 지형·식생·토양 기록
드론·라이다 활용해 변화 수치화
용역 중심서 자체 전문조직 상시관측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도가 도내 오름 360여곳과 곶자왈 약 110㎢를 5년간 같은 기준으로 반복 조사해 자연환경 변화를 장기 추적한다. 사업별·용역별로 흩어졌던 조사 방식을 제주도 자체 전문연구조직이 지속적으로 자료를 쌓는 상시 관측체계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3일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한라산연구부는 환경산림자원국과 협력해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제주 전역의 오름과 곶자왈을 대상으로 지형·지질과 식생, 토양 등 자연환경 기초조사를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조사 대상은 오름 360여곳과 곶자왈 약 110㎢다. 오름은 연간 약 70곳씩 조사하고 곶자왈은 주요 권역별로 나눠 접근한다.
이번 사업의 가장 큰 변화는 조사 방식이다. 기존에는 특정 사업이나 연구용역이 생길 때마다 정해진 지역을 일정 기간 조사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장소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비교하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한라산연구부가 동일한 기준과 조사기법을 지속적으로 적용해 자료를 축적한다. 한 시점의 자연환경을 기록하는 데서 벗어나 식생과 지형, 토양 상태가 몇 년 동안 어떻게 변했는지를 비교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방식이다.
조사 결과는 지리정보시스템(GIS)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다. 오름별 지형과 경사, 식생 상태, 토양 특성을 공간정보와 연결해 장기 변화 분석과 보전·관리정책에 활용할 계획이다.
드론과 라이다(LiDAR)도 본격적으로 투입한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쏜 뒤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지표면과 숲의 높이·형태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장비다. 사람이 현장에서 일일이 측정하기 어려운 오름의 경사와 지형, 식생피복, 숲의 수관 구조 등을 수치로 기록할 수 있다.
세계유산본부는 기존 공간자료와 제주 전역 라이다 자료를 결합하고 주요 지역에서는 현장 정밀조사와 반복 촬영을 병행한다. 장기간 같은 장소를 다시 촬영하고 측정하면 탐방 압력이나 기후변화, 식생 변화 등에 따른 자연환경의 변화를 객관적인 수치로 비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라산연구부는 이미 장기조사의 기반을 쌓아왔다. 2020~2024년 한라산 일대 지질조사를 통해 약 60개 오름의 분포와 형성과정을 조사했다. 2020~2025년에는 한라산 고지대에 고도와 방위별로 40개 정밀수목조사구를 만들어 식생 변화를 장기 관찰했다.
지난해부터는 조사영역을 제주 전역으로 넓혔다. 2025~2028년 제주 전역 지질조사를 진행하면서 한라산 중심 연구에서 제주 전체 화산지형 연구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곶자왈에서도 장기 관측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선흘곶자왈과 교래곶자왈에는 가로·세로 각각 40m 규모의 정밀조사구 11곳을 만들었다. 조사구 안에 있는 개별 나무의 수종과 흉고직경, 줄기 수, 생육형태 등을 개체별로 기록한다. 같은 나무를 장기간 반복 조사하면 나무가 얼마나 성장하거나 쇠퇴했는지, 숲의 종 구성과 밀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제주에서만 자라는 희귀식물인 제주고사리삼 조사에도 공간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제주고사리삼 분포를 드론 정사영상으로 기록하고 광량과 온·습도, 배수환경을 함께 관측해 식물의 분포가 주변 숲과 지형·수분 조건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분석한다.
수집된 자료를 연구기관 내부에만 두지 않는다는 점도 달라진다. 세계유산본부는 조사 결과를 계속 갱신하는 공공 기초자료로 관리하고 단계적으로 공개할 방침이다. 기존 곶자왈 조사자료도 연구자와 행정기관이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 범위를 넓힌다.
행정과 연구의 역할도 구분한다. 환경정책 부서는 보전·관리 과정에서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를 제시하고 한라산연구부는 현장조사와 분석, 데이터 구축을 담당한다. 정책을 만들 때마다 새로운 용역을 발주하기보다 제주 안에 연구자료와 조사기술, 전문인력을 계속 축적하겠다는 구상이다.
오름 관리정책과의 연계도 주목된다. 제주도는 별도로 2027~2031년 적용할 오름 보전·관리 기본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오름별 훼손 상태와 이용여건을 살펴 보전·복원 방식을 달리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장기조사에서 확보한 지형·식생·토양 자료가 쌓이면 어느 오름의 훼손이 빨라지는지, 어떤 지역의 보전 우선순위가 높은지 판단할 근거도 정교해질 수 있다.
곶자왈 역시 개발과 보전, 희귀생물 서식지 관리 등을 둘러싸고 객관적인 자연환경 자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동일한 기준으로 장기간 축적한 자료는 특정 시점의 조사결과에 의존했던 기존 정책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김형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오름과 곶자왈의 가치는 한 번의 조사로 충분히 파악할 수 없다"며 "한라산에서 축적한 연구경험을 제주 전역으로 확대해 자연환경 변화를 지속적으로 기록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축적된 자료를 보전·관리와 새로운 가치 발굴로 연결해 지역에 기반을 둔 전문연구기관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