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도까지 끓더니 물폭탄…'극과 극' 올여름 날씨 왜 이랬나
평균기온 25.4도 역대 3위…열대야 18.2일로 역대 2위
한때 전국 특보구역 92%에 '폭염특보'
늦은 장마에 중부 호우·남부 폭염과 가뭄…기상청 "복합재해 뚜렷"
[파이낸셜뉴스] 올여름 날씨는 '극과 극'을 오갔다. 8월 2일 경남 양산의 낮 기온은 42.5도까지 치솟았다. 같은 달 15~18일에는 거제에 나흘 동안 968.1㎜의 비가 쏟아졌다. 여름 전체로는 비가 평년의 76% 수준에 그쳤지만 특정 지역에는 평년 연강수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비가 며칠 사이 집중됐다.
기상청은 폭염과 가뭄, 호우가 짧은 기간에 잇따르고 같은 시기에도 지역별로 서로 다른 극한현상이 나타나는 등 기후변동성과 지역 양극화가 두드러진 것이 올여름의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기상청이 3일 발표한 '2026년 여름철 기후특성'에 따르면 올해 6~8월 전국 평균기온은 25.4도로 평년보다 1.7도 높았다. 1973년 이후 지난해 25.7도, 2024년 25.6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최근 3년이 나란히 역대 가장 더운 여름 1~3위를 차지했다. 7월 평균기온은 26.8도로 역대 3위, 8월은 27.1도로 2위였다.
올해 폭염은 지난해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극한의 강도가 두드러졌다. 7월 28일부터 8월 3일까지 경남의 일최고기온은 7일 연속 각 날짜 기준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일최고기온 39도 이상은 7월 하순~8월 상순 ASOS 83개 지점 가운데 13개 지점에서 총 42회 나타나 2010년 이후 가장 많았다. 2018년 38회를 넘어선 수치다.
폭염의 범위도 넓었다. 8월 3일에는 전국 235개 육상 기상특보 구역 가운데 217곳, 92%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올해 처음 도입된 최상위 단계인 폭염중대경보는 7월 12일 경북 포항과 경산에 처음 발표된 뒤 확대돼 8월 7일에는 전국 51개 육상 기상특보 구역에 내려졌다.
전국 폭염일수는 21.5일로 평년 10.6일의 약 2배였다. 열대야일수는 18.2일로 평년 6.5일의 약 2.8배에 달해 2024년 20.2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광주·남원·완도·구미 등 11개 지점에서는 관측 이래 열대야일수가 가장 많았다.
올해 폭염의 전개는 지난해와 달랐다. 6월에는 바렌츠해~북시베리아 부근에 블로킹이 발달해 상층의 찬 공기가 자주 유입되면서 본격적인 더위가 늦어졌다. 하지만 7월 중순부터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의 영향이 강해지며 기온이 크게 올랐다.
7월 말~8월 초에는 서풍이 평년보다 강해지면서 지형효과까지 겹쳤다. 기상청은 이 시기 경남과 8월 상순 서쪽 지역의 상대습도가 평년보다 5~15%포인트 낮았고, 바람에 따른 지형효과로 대기가 더욱 고온·건조해지면서 폭염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경남을 중심으로 40도 이상의 극심한 폭염이 집중된 배경이다.
8월 들어서는 폭염의 중심이 서쪽으로 옮겨갔다. 4~8일 태풍 제13호 '돌핀'에서 유입된 고온다습한 공기가 동풍을 따라 들어오면서 수도권을 포함한 서쪽 지역의 기온이 상승했다. 8월 상순 전국 평균기온은 29.1도로 같은 기간 기준 역대 1위를 기록했다.
비는 여름 전체로 보면 부족했다. 전국 강수량은 558.6㎜로 평년 727.3㎜의 76.1%에 그쳐 1973년 이후 하위 10위였다. 지난해보다도 61.1㎜ 적었으며 2024년부터 3년 연속 평년을 밑돌았다. 강수일수도 31.2일로 평년보다 7.3일 적어 하위 6위였다.
지역별 격차가 특히 컸다. 올해는 블로킹 발달과 북태평양고기압 확장 지연으로 장마가 평년보다 늦게 시작했다. 제주와 남부지방은 6월 30일, 중부지방은 7월 1일 장마철에 들어가 평년보다 각각 11일, 7일, 6일 늦었다. 정체전선도 지속적으로 남북을 오가기보다 7월 중순 주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이에 따라 장마철 강수량은 중부가 325.0㎜로 평년의 85.7%였던 반면 남부는 141.8㎜로 41.9%, 제주는 117.2㎜로 33.2%에 그쳤다. 경남의 7월 강수량은 68.0㎜로 평년의 21.9%에 불과해 역대 가장 적었다. 기상청은 이를 '중부지방 호우-남부지방 폭염·가뭄'의 지역 양극화로 분석했다.
하지만 8월 중·하순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15~18일 우리나라 동쪽에 고기압이 위치한 가운데 중국 상하이 부근에서 저기압이 접근했고, 남해상에서 강하게 발달한 구름대가 경남 해안으로 유입돼 정체했다. 17일 거제에서는 한 시간에 124.5㎜가 쏟아져 1시간최다강수량 극값을 경신했고, 하루 강수량도 654.3㎜로 62개 지점 기준 관측 이래 세 번째로 많았다.
15~18일 거제 누적강수량은 968.1㎜로 평년 여름 강수량 935.1㎜를 넘어섰고, 평년 연강수량 1930.3㎜의 50.2%에 달했다. 30~31일에는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충청과 전라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고 보성과 영광에서는 시간당 100㎜ 이상의 강한 비가 관측됐다. 올여름 시간당 100㎜ 이상 강수는 모두 6차례 나타났다.
기상청은 올여름 폭염과 호우, 가뭄이 짧은 기간에 동시에 또는 연이어 발생하고 같은 시기에도 지역에 따라 다른 현상이 나타나면서 지역 양극화와 복합재해 위험이 뚜렷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기후위기가 국민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방재 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해 기후재난 대비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이보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