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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경기 승부' 모레노號 출항… 벼랑 끝 한국 축구 반전 노린다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카사스 등 유력 후보 제치고 낙점
'챗GPT 전술 의존' 논란 불식 시급
최적화된 전술·비전으로 증명해야
유럽파와 전술 시너지 관전 포인트

한국 축구 임시 사령탑을 맡은 로베르토 모레노(왼쪽). AP뉴시스
한국 축구 임시 사령탑을 맡은 로베르토 모레노(왼쪽). AP뉴시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상처를 딛고 일어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소방수'로 스페인 출신의 로베르토 모레노(48) 감독이 전격 낙점됐다. 사상 첫 공개채용이라는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통과한 '공채 1기' 사령탑이다. 그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6경기. 이 짧은 시험대 위에서 모레노 감독은 자신의 지도력을 입증하고 벼랑 끝에 몰린 한국 축구의 신뢰를 재건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일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이사회를 열고 모레노 감독의 대표팀 임시 사령탑 선임안을 최종 의결했다. 이번 선임은 과거 홍명보 전 감독 선임 당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반면교사 삼아,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른 전면 공개채용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력강화위원회와 외부 평가위원이 참여한 엄격한 심사 끝에 헤수스 카사스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모레노 감독이 지휘봉을 잡게 됐다.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은 "한국 축구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다양한 전술적 대안 제시가 돋보였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모레노 감독의 계약 기간은 오는 11월 27일까지로, 9월과 10월 각 2경기, 11월 2경기 등 총 6차례의 A매치를 지휘한다. 하지만 이 6연전은 단순한 평가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협회는 6경기 평가 결과에 따라 내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맡기는 연장 옵션을 계약에 포함시켰다. 협회장 공석 우려 등 행정적 변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그가 긍정적인 성과를 도출한다면 과거 스페인 대표팀 시절 임시 감독에서 정식 사령탑으로 승격했던 성공 신화를 한국에서도 재현할 수 있다.

전술적 일관성을 위해 코치진 역시 에두아르도 도캄포 수석코치를 비롯한 6명의 스페인 출신 '모레노 사단'으로 완벽히 꾸려졌다.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자신을 향한 우려의 시선을 불식시키는 것이다. 모레노 감독은 직전 러시아 소치 사령탑 시절, 이른바 '챗GPT 전술 의존' 논란에 휩싸이며 7경기 승점 1점의 뼈아픈 성적으로 경질된 바 있다. 본인은 단순 번역용이었다고 해명했으나 꼬리표는 여전히 남아있다. 빠른 시일 내에 한국 선수단에 최적화된 고유 전술과 뚜렷한 비전을 그라운드 위에서 직접 증명해야만 성난 팬심을 되돌릴 수 있다.

모레노호의 출항은 숨 가쁘게 진행된다. 당장 오는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이 데뷔 무대다. 이어 우루과이(28일), 베네수엘라(10월 2일), 우즈베키스탄(10월 6일) 등 까다로운 상대들과 연이어 격돌한다. 비자 발급 절차를 밟고 있는 모레노 감독은 이 기간을 활용해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재성(마인츠),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파 핵심 자원들과 현지에서 사전 교감을 나누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히 모레노 감독은 과거 스페인 국가대표팀과 바르셀로나에서 주로 점유율을 지배하며 세밀하게 썰어 들어가는 패스 축구를 구현해 온 바 있다.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등 탁월한 개인 기량을 갖춘 한국의 유럽파 공격 자원들과 모레노 특유의 전술적 색채가 단기간에 어떤 시너지를 낼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협회는 오는 14일 대표팀 명단 발표에 맞춰 모레노 감독의 공식 취임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짙은 안개 속을 걷고 있는 한국 축구가 모레노라는 새로운 선장과 함께 반전의 닻을 올릴 수 있을지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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