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文정부 시즌2' 장면들
이재명 정권 2년 차에 접어들면서 문득 문재인 정부의 데자뷔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몇몇 있다. 부동산 시장을 대하는 방식부터 불편한 외신 보도에 대응하는 태도, 북미 관계에서 설정한 한국의 역할 등이다. 제일 먼저 겹쳐 보이는 건 부동산이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대출과 세제 등 규제 고삐를 죄고 있다. 투기로 인한 시장 과열을 막겠다는 취지이지만 공급 위축과 전월세 시장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뒤따른다. 집값을 잡겠다며 규제를 강화할수록 또 다른 부작용을 걱정해야 했던 모습은 문 정부에서 이미 경험했다. 당시 수차례 대책에도 집값은 잡히지 않았고 결국 문 전 대통령 본인이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며 실패한 정책임을 자인하기도 했다.
불편한 외부 평가, 소위 '긁히는' 태도에서도 기시감이 느껴진다. 청와대는 올 상반기 블룸버그가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인공지능(AI) '국민배당금' 구상이 증시 급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로 보도하거나,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이 오히려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적 칼럼을 내놓자 적극 반박했다. 사실과 다른 보도라면 바로잡는 것이 당연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 지나치게 정부에 비판적이었다는 이유로 민감하게 반응한 과거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2019년 블룸버그는 문 전 대통령의 전년도 유엔총회 외교 활동을 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석대변인'으로 표현한 기사를 낸 적이 있다.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이를 인용하자 민주당은 해당 기사를 쓴 한국인 기자를 겨냥하며 "미국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하며 매국했다"고 비난했다.
대북정책은 더욱 닮았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워 북미 사이의 중재 역할을 자처했다면 이재명 정부는 '페이스메이커'를 자임한다. 이름은 달라졌지만 북미대화를 촉진하고 한국이 가운데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은 닮아 있다.
물론 2026년은 2018년이 아니다. 북핵 능력은 고도화됐고 북러 군사협력도 깊어졌으며 이재명 정부 역시 '실용외교'를 강조한다. 정책의 일부가 닮았다고 같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더욱 이재명 정부는 "우린 문재인 때와 달라"라고 말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부동산 규제가 또 다른 시장의 부작용으로 돌아오지는 않을지, 불편한 외부 평가에 보다 성숙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페이스메이커'와 '한반도 운전자'는 무엇이 다른지 보여줘야 한다. 결국 이전 정부와의 차이는 수사가 아니라 결과로 증명되는 법 아니겠나.
[email protected] 송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