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각

[강남視角] 미래대응기금의 세 가지 오류

파이낸셜뉴스
정상균 경제부 부장
정상균 경제부 부장

미래대응기금이 내년에 출범한다. 162조3000억원으로 내년 총지출(예산)의 5분의 1에 이르는 적지 않은 규모다. 전략적 투자 플랫폼과 재정 보강 안정화 장치라는 기금의 취지 또한 근사해 보인다. 그러나 기금이 쓰는 만큼 효과가 있을지, 정권의 쌈짓돈이 되지 않을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세 가지 오류를 지적한다.

①미래보다 '현재'=기금의 구조는 간단하다. 지주 격인 총괄계정과 각 사업체 격인 네 가지 계정(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을 두는 식이다. 이렇게 우선 총괄계정에 104조원, 사업 계정에 45조4000억원을 넣고 법이 통과되면 바로 집행한다. 사업계정 기금은 회수하지 않는 지출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내년에 821조원에 이르는 역대급 총지출을 예고한 상황에서 중점 투자사업(3대 메가프로젝트, 성장엔진, 청년, 양극화 대응)과 50여개의 기금 대표사업은 대부분 중복된다. 같은 항목에 나가는 주머니만 다를 뿐이다.

투자 내용도 '미래'라지만 '현재적'이다. 예산에 담을 내용을 기금으로 빼서 돌려놓은 모양새인데 투자의 대의가 확인되지 않는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미래 국부를 만들어내는 산업에 독보적으로 선택과 집중하는 '한 방'이 없다는 것이다. '미래대응'이라지만 명확한 정책 의제를 충분히 잡지 못했다. 정부가 늘 하는 식의 얇고 넓은 산발적 지원의 틀을 한 발도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잡탕식' 기금의 정체성이 모호해진 것이다. 게다가 3년 반 정도 남은 정부가 '생산적 지출의 골든타임'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기금을 성급히 빼 쓰려는 조바심마저 느껴진다. 손가락은 미래를 가리키지만 눈은 현재를 보고 있는 것이다.

②대응보다 '선심'=기금은 농어촌 기본소득과 혼인·출산 지원금, 청년 문화예술패스 등으로 들어간다. 이런 것들이 미래 경제 역량을 키우는 '생산적 선순환 재정'인지는 의문스럽다. 더욱이 정부는 아동(0~18세)과 청년(19~34세), 노인(기초연금), 인구소멸 농어촌지역의 수당과 연금 등 현금성 기본소득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초확장 재정' 시나리오상 임기 마지막 해인 2030년 지출은 1005조원에 이른다. 이 중 절반은 의무지출이다. 상당액은 지속적인 현금성 지출로 나갈 것이다.

재정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납세자인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노년부양비가 급증하는 우리의 미래는 정해져 있다. 재정부담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나랏빚은 2030년 올해(1412조원)보다 300조원 이상 늘어난 173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경제 규모가 커진다 해도 절대 부채는 국민 부담을 가중시킨다. 국채 이자만 한 해 40조원을 넘어 50조원에 이를 것이다. 반도체 사이클을 낙관하는데 예상보다 일찍 꺾여 세수가 급감할 수 있다. 결국 씀씀이는 키워놨고, 이를 줄이려면 누군가는 상당한 고통을 치러야 할 것이다.

③기금이 '쌈짓돈'=100조원 이상의 기금이 목적 없는 자금(총괄계정)으로 굴러간다. 이 기금에서 30%(약 30조원대)를 정부가 국회 동의절차 없이 재량껏 꺼내 쓸 수 있다. 이를 두고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안 해도 돼 신속 탄력 대응이 가능해진 것"이라지만 어떠한 명분을 만들어 쌈짓돈처럼 쓰고자 하는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어 보인다. 기획예산처가 제시한 '자본축적, 과감한 투자, 탄력적 집행, 시급성'의 앞글자를 딴 집행 원칙 'NEXT'는 모호하다. 투자하겠다고 하는 기금 사업 면면에서 'NEXT'가 대체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 기금의 중대함에 어울리지도 않고, 생업에 바쁜 국민들 입장에서 와닿지 않는 말장난 같다.

기금의 견제가 느슨하니 정권은 입맛에 따라 명분을 만들어 꺼내 쓰려 할 것이다. 국민들은 지갑에 꽂아주는 '탄력적이고 신속한' 돈맛에 빠져들 것이다.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는다. 결국 '미래·대응·기금'이 '현재·선심·쌈짓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mail protected]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