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제주 화산암·496시간 사운드…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11월 15일까지 43명·팀 참여…전시관 한 곳에 본전시 집중 제주 화산암·496시간 사운드로 '변화' 탐구 오월어머니집 회화 322점…5·18 기억·연대 조명

재클린 키요미 고크의 '어긋난 BPM(R로즈 변주곡)'(2026)이 설치된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제5전시실 전경. 다채널 사운드와 투명 우레탄 공기조형물, 송풍기 등을 결합한 작품이다. 사진=전병철 © (재)광주비엔날레
재클린 키요미 고크의 '어긋난 BPM(R로즈 변주곡)'(2026)이 설치된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제5전시실 전경. 다채널 사운드와 투명 우레탄 공기조형물, 송풍기 등을 결합한 작품이다. 사진=전병철 © (재)광주비엔날레

[파이낸셜뉴스] 제주 화산암부터 전시 운영 시간을 채우는 496시간 사운드, 전 세계 정치인들의 사과 영상까지 서로 다른 속도와 층위의 '변화'를 탐구하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가 막을 올린다. 전시는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72일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시각 작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매일 반복되는 퍼포먼스와 외벽 영상, 입장권 없이 만나는 사운드 설치 등으로 시간과 공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오월어머니집의 회화와 시민 기증품으로 만든 작품은 지역의 역사와 일상적 연대를 조명한다.

■43명·팀으로 압축…규모보다 '밀도'
4일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에 따르면 전시 제목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고대 아폴로의 토르소' 마지막 구절에서 따왔다. 부서진 고대 조각상을 마주하고 인식의 전환을 겪는 화자처럼 개인의 삶부터 사회와 역사, 우주에 이르는 변화의 가능성을 살핀다.

호추니엔 예술감독과 박가희·브라이언 쿠안 우드·최경화 큐레이터가 공동 기획했다. 제1전시실 '분자와 나'에서 출발해 '신체와 관계', '풍경과 배움', '우주와 변화', '공기와 발화'로 이어지는 동선은 관람객을 미시적 세계에서 내면과 공동체, 바깥세상으로 이끈다.

직전 제15회에는 30개국 작가 72명이 참여했다. 본전시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양림동 8곳에서 열렸다. 올해는 참여 규모를 43명·팀으로 줄이고 본전시를 전시관 한 곳에 모았다.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배치해 외연 확대보다 작업의 '밀도'를 택했다.

호추니엔 감독은 "이번 전시는 공간적으로 확장되는 전시가 아니라, 더 깊은 내면으로 향하는 여정이며 그 여정은 결국 가장 먼 바깥세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제4전시실 전경. 사진=전병철 © (재)광주비엔날레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제4전시실 전경. 사진=전병철 © (재)광주비엔날레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제1전시실 전경. 사진=전병철 © (재)광주비엔날레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제1전시실 전경. 사진=전병철 © (재)광주비엔날레

■496시간 사운드…5·18의 기억 품어
제주돌문화공원이 보존해 온 화산탄·용암종유·용암석순·풍화혈은 전시의 가장 오래된 '참여자'다. 수천 년에 걸친 지질학적 압력의 축적과 단 몇 초 만에 일어난 분출, 오랜 시간 이어진 냉각과 변형의 흔적이 하나의 돌 안에 공존한다. 시에 테칭은 다섯 차례의 1년 퍼포먼스와 13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반복과 규율이 몸과 삶에 남긴 변화를 보여준다.

김선익의 신작 '공장의 불빛'은 비엔날레 전체 운영 시간인 496시간 동안 재생된다. 안젤라 고의 '크래프트'는 제2·3전시실을 잇는 외부 통로에서 하루 4차례 공연된다. 제임스 T. 홍의 영상 '사과'는 약 11시간 분량이다. 이 가운데 일부가 매일 오후 7~9시 전시관 외벽 3면에 투사된다.

입장권 없이 들어갈 수 있는 제5전시실에는 재클린 키요미 고크의 사운드 설치 '어긋난 BPM(R로즈 변주곡)'이 마련된다. 스즈키 아키오는 전시장 주변에서 도시의 소리에 귀 기울일 장소를 골랐다. 귀와 발자국을 결합한 아이콘이 이를 표시한다. 로비에서는 참여 작가들의 작품 이미지를 바탕으로 AI가 시를 생성하는 강이룬의 '이미지-시' 프로젝트를 만날 수 있다.

광주의 역사와 일상도 전시의 한 축이다. 오월어머니집 어머니들과 작가 주홍이 2022년부터 그림 수업을 통해 만든 회화 322점은 5·18민주화운동의 개인적 기억이 공동의 역사와 연대로 확장되는 과정을 담는다. 허백련의 회화와 다기, 그가 무등산 차밭에서 생산한 춘설차를 소개하고 관람객이 차를 음미할 공간도 꾸렸다.

개막식이 열리는 4일에는 권병준·박찬경의 신작 '불림'이 공개된다. 시민들이 기증한 금속을 녹여 악기와 사운드 장치로 만든 작품이다. 김선익·류한길의 전자음악 공연과 해파리·R로즈의 야외 공연도 이어진다. 5~6일에는 큐레이터·참여 작가 토크와 리스닝 세션, 퍼포먼스, 전시 투어가 진행된다.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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