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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치유체계, 국립트라우마센터 출범 2년2개월 만에 통합 수순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정부, 공공기관 109개 감축·통합 확정
국립센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로 통합
직원 고용승계·처우 유지 보장 원칙
제주센터·예산·4·3특화 운영은 후속과제

2024년 7월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 제주센터 출범을 통해 국가폭력 피해자의 치유와 일상 회복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 가동을 알리고 있다. 국립센터는 광주·제주에서 운영되던 시범사업을 국가사업으로 전환해 2024년 7월1일 공식 출범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2024년 7월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 제주센터 출범을 통해 국가폭력 피해자의 치유와 일상 회복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 가동을 알리고 있다. 국립센터는 광주·제주에서 운영되던 시범사업을 국가사업으로 전환해 2024년 7월1일 공식 출범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4·3을 비롯한 국가폭력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국가가 직접 치유하기 위해 만든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가 출범 2년2개월 만에 조직 재편에 들어간다. 정부가 센터 법인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통합하기로 하면서 제주4·3 피해자 치유서비스를 어떤 조직과 예산으로 이어갈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올해 1월에는 지역·사건별 국가폭력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해 기존 '분원'을 '광역거점형 치유센터'로 바꾸는 법 개정이 시행됐다. 지역 치유기반을 강화한 지 8개월 만에 운영 법인 자체를 합치는 개편안이 나온 만큼 제주센터의 위상과 4·3 특화 치유기능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중요해졌다.

정부는 3일 제11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공공기관 DIET 2026'으로 이름 붙인 이번 개편을 통해 전략적 구조개혁 15개, 유사·중복기능 일원화 11개, 자회사·소규모기관 통합 83개 등 모두 109개 기관을 줄이거나 통합·재편한다.

행정안전부 산하에서는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로 통합한다. 정부에 따르면 국립센터 정원은 25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72명이다.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는 국가폭력 피해자와 가족의 트라우마 후유증과 심리적 고통을 치유하고 일상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별도 법인이다.

광주와 제주에서 진행하던 국가폭력 트라우마 치유 시범사업을 국가사업으로 전환해 2024년 7월1일 광주 본원과 제주에서 동시에 공식 출범했다. 제주에서는 4·3 피해자와 유족의 정신적 상처를 국가가 책임지고 치유하는 체계를 처음 제도화했다는 의미가 컸다.

올해부터는 지역 치유기반을 한층 강화하는 법 개정도 시행됐다. 2025년 개정된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올해 1월1일부터 기존 '분원'을 '광역거점형 치유센터'로 변경했다.

지역별 또는 사건별 국가폭력의 특수성을 반영한 치유체계를 갖추려는 취지다. 광역거점형 센터를 설치·지정·운영할 때도 해당 지역의 치유대상자 수와 이용 편의성, 공동체 트라우마의 특수성을 고려하도록 법에 명시했다.

제주4·3에는 특히 중요한 변화였다. 국립센터는 올해 업무계획에서도 제주4·3 피해를 1세대 생존자 중심으로 살피는 데 그치지 않고 2세대에 미친 영향까지 분석해 4·3에 특화된 심리치유와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의 이번 개편으로 이런 업무가 사라진다고 볼 근거는 현재 없다. 정부가 확정한 내용은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라는 별도 법인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통합한다는 방향이다.

정부 기능개혁안에는 제주센터의 존치 형태와 명칭, 운영주체, 정원·예산, 제주4·3 특화 프로그램을 통합 이후 어떻게 배치할지 세부내용이 제시되지 않았다. 향후 행정안전부가 마련할 기관별 통합 로드맵이 중요한 이유다.

법 개정 절차도 필요하다. 현행 트라우마치유센터법은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를 별도 법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른 법인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로 통합하려면 국회에서 관련 법률을 손질해야 한다.

정부도 부처별 기능개혁 로드맵을 마련하고 법률 제·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국회와 협의해 추진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통합 시점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직원에 대해서는 고용안정 원칙을 내놨다. 정부는 공공기관 통폐합 과정에서 임원을 제외한 직원의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통합을 이유로 기존 보수 수준이 낮아지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기관별 상황에 따라 한시적 수당이나 복지 지원 등도 검토한다.

제주에서 더 중요한 문제는 치유서비스의 연속성이다. 4·3 피해자와 유족을 상담해온 전문인력의 유지와 4·3의 역사와 공동체 피해를 이해하는 전문성이 새 조직에서도 이어지는지, 제주센터가 독자적인 사업과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실제 이용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의 기능을 어떤 방식으로 결합할지도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민주화운동의 기념·계승과 조사·연구, 민주주의 교육 등을 담당한다. 트라우마치유센터는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상담·치료·재활과 공동체 치유가 핵심 업무다.

과거사와 인권이라는 정책 영역에서는 맞닿아 있지만 기록·기념사업과 전문적인 심리치유는 업무 성격이 다르다. 조직 통합 이후에도 국가폭력 트라우마 전문성을 별도 기능으로 유지할 장치가 필요한 대목이다.

정부가 올해 초 지역·사건별 특수성을 고려한 광역거점형 치유체계를 시행한 만큼 제주에서는 법 취지를 통합 과정에서도 이어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4·3은 집단희생과 생존피해뿐 아니라 가족과 지역공동체에 장기간 영향을 남긴 사건이다. 국가폭력 피해를 세대와 공동체 차원에서 다루는 제주 특화 치유체계가 조직 효율화 과정에서 약화되지 않도록 하는 후속 설계가 요구된다.

정부는 기능개혁 과정에서 지역별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지방정부 등과 소통하고 기관별 세부 이행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출범 2년2개월 만에 법인은 통합 수순에 들어갔지만 제주4·3의 국가 치유책임까지 축소돼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제주센터의 조직·예산·인력과 특화 프로그램을 어떻게 보장할지가 향후 정부 개편안의 핵심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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