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혀 깨물겠다" 취객 입에 수건 물려 질식사...경찰·소방관 2년 만에 누명 벗었다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기사와 직접 관계없는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직접 관계없는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만취 상태로 자해를 시도하던 여성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입에 수건을 물려 결국 질식사하게 만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과 소방구급대원들이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형사4부(재판장 오대석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2명과 119구급대원(소방공무원) 2명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배심원 7명 역시 만장일치로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다.

사건은 지난 2022년 8월 26일 새벽 경남 거제시의 한 편의점 앞 길거리에서 발생했다. 당시 경찰관들은 "길에 여성이 누워 있다"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해 만취 상태인 A(당시 41세) 씨에게 귀가를 권유했다. 그러나 A 씨가 거세게 반발하며 경찰관들을 폭행하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수갑이 채워진 A 씨는 머리를 바닥과 벽에 부딪히며 저항했고, 수갑을 풀어달라는 요구가 거절당하자 "그러면 내가 혀 깨물고 죽어야겠다"며 자해를 시도했다. 이에 경찰관은 손가락을 넣어 제지하려다 물려 부상을 입었고, 전자 호루라기를 물리는 조치마저 실패하자 인근 편의점에서 구한 수건을 A 씨의 입안에 넣었다.

이후 경찰의 공동 대응 요청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은 A 씨의 맥박을 확인하고 수건 대체품을 찾는 등의 조치를 이어갔다. 하지만 A 씨는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심정지에 이르렀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20여 일 만인 9월 17일 기도폐색성 질식으로 숨졌다.

검찰은 경찰관들이 수건을 깊숙이 밀어 넣고 호흡곤란 징후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으며, 구급대원들 역시 즉시 수건을 빼내 기도를 확보하지 않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은 격렬히 저항하는 피해자의 돌발적인 자해 행위를 막아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급박한 수단으로 수건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움직임이 잦아든 것이 질식 때문인지, 주취 상태에서 저항을 멈춘 것인지 즉시 구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자해 방지 목적이 달성된 뒤 수건을 제때 제거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지만, 현장 경찰관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벗어나 형사처벌을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소방구급대원들에 대해서도 "경찰이 이미 수건을 물린 통제 상황에 뒤늦게 도착했고, 거즈나 구인두기도기(OPA) 등 수건을 대신할 방안을 모색했다"며 "의료 전문가들조차 '당시와 같은 급박하고 특수한 상황에서는 전문 의사라 해도 즉각 수건을 빼 기도를 확보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낸 점 등을 종합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질식사 위험을 예견하고도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건전한 상식과 합리적 판단에 기초한 배심원들의 만장일치 무죄 평결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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