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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사람이 먼저 깨닫는 승차감"…볼보 전기 플래그십 EX90 [기똥찬 모빌리티]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도심 32㎞, 운전석·조수석 번갈아 타보니
이음매 충격 한 번에 끝낸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
456마력 트윈 모터, 밟은 만큼만 따라붙어
다만 물리 버튼 대부분 화면 속으로

EX90. 사진=김동찬 기자.
EX90. 사진=김동찬 기자.
EX90. 사진=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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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발끝으로 가늠할 것이 없으니 차의 움직임이 예고 없이 도착한다. 가속도, 제동도, 방향을 트는 순간도. 그런데 어디에도 걸리는 데가 없다. 몸이 앞뒤로 흔들리지 않고, 턱을 밟은 충격은 한 박자 늦게 크기를 줄여 왔다. 2.7t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좀처럼 읽히지 않았다. 볼보의 순수 전기 플래그십 SUV, EX90이다.

지난달 초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경기 의정부를 왕복하는 약 64㎞ 구간을 달렸다. 편도 32㎞에 한 시간이 걸리는 길이다. 2인 1조로 자리를 나눠 맡았고, 도심 정체가 대부분인 구간이었다. 빠르게 달려 성능을 확인하는 길이 아니라, 느리게 가는 동안 무엇이 남는지를 보는 길이었다. 시승차는 트윈 모터 울트라 트림이다.

EX90은 볼보가 전동화 전환의 앞자리에 세운 차다. 2025 월드 카 어워즈에서 '올해의 럭셔리 카'로 뽑혔고, 국내에는 XC90 T8보다 낮은 값으로 들어왔다. 브랜드의 기존 플래그십 SUV보다 약 1000만원 아래에 시작 가격을 매긴 셈이다. 전기 플래그십을 윗급이 아니라 대체재로 놓겠다는 계산이 읽힌다.

파워트레인은 트윈 모터 사륜구동이다. 최고출력 456마력(335㎾), 최대토크 68.4㎏·m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5.5초. 배터리는 106㎾h 니켈·코발트·망간(NCM)이며,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최대 625㎞(WLTP 기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차체의 외관이다. 전장 5040㎜, 전폭 1965㎜, 전고 1740㎜, 휠베이스 2985㎜. 5m를 넘긴 몸집인데 도로에서 덩치가 앞서 튀지 않는다. 옆면을 선 대신 면으로 정리하고, 문손잡이를 차체와 같은 높이로 눕힌 것도 같은 방향이다. 앞쪽에는 울트라 트림에 들어가는 HD 픽셀 헤드램프가 자리한다. 볼보는 이 램프가 빛의 범위를 거의 제한 없이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손잡이를 당기고 올라타면 바깥의 소음이 한 겹 잘려 나간다.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우드 패널에는 국내 기업 서울반도체의 '썬라이크(SunLike) LED'가 들어갔다. 자연광에 가까운 빛을 내는 조명으로, 저녁 무렵에는 실내를 밝힌다기보다 바깥의 남은 빛을 안으로 들여놓은 것처럼 보인다. 우드는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 인증 목재를 썼다. 시트는 나파 가죽이다. 몸을 푹 받는 쪽이 아니라 면으로 단단히 지지하는 성향이다. 천장은 일렉트로크로믹 글라스 루프가 덮는다. 버튼 하나로 투명도가 바뀐다.

좌석 구성은 6인승과 7인승 중에 고를 수 있다. 프리미엄 전기 SUV에서는 드문 선택지다. 적재 공간은 기본 324ℓ, 앞쪽 프렁크가 46ℓ다.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2000ℓ대로 늘어난다.

운전석에서 밟아본 456마력은 급하지 않았다. 발끝을 넣은 깊이와 속도가 어긋나지 않는다. 전기차 특유의 한 번에 터지는 반응 대신, 밟은 만큼만 조용히 따라붙는다. 정체 구간에서 밟았다 떼기를 반복해도 차가 앞뒤로 고개를 젓지 않았다. 회생 제동의 개입도 티가 적었다. 최고 속도는 시속 180㎞로 제한된다.

EX90. 사진=김동찬 기자.
EX90. 사진=김동찬 기자.
EX90. 사진=김동찬 기자.
EX90. 사진=김동찬 기자.
EX90. 사진=김동찬 기자.
EX90. 사진=김동찬 기자.

앞서 옆자리에서 느낀 감각의 배경에는 서스펜션이 있다. 운전자는 노면을 미리 읽고 몸을 준비하지만, 조수석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승차감의 마무리가 옆에서 더 정확히 읽힌다. 정체 구간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건 이음매와 얕은 요철인데, 충격이 한 번 오르내린 뒤 그대로 끝났다. 여운이 없다. 울트라 트림에 기본으로 들어가는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과 액티브 섀시의 몫이다. 대화의 높낮이를 바꾸지 않아도 되는 실내라는 점도, 옆자리에서 더 분명했다.

안전은 볼보가 가장 앞세우는 영역이다. EX90에는 카메라 5개, 레이더 5개, 초음파 센서 12개가 들어간다. 다만 개발 단계에서 예고했던 라이다(LiDAR)는 최종 사양에 포함되지 않았다. 볼보는 안전이 특정 센서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자체 개발한 코어 컴퓨팅 시스템 '휴긴 코어(Hugin Core)'가 센서 데이터를 통합해 처리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알고리즘을 계속 다듬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하드웨어 한 종을 빼고 소프트웨어로 채우겠다는 얘기다. 이 방식이 실제로 무엇을 대체했는지는 시간이 쌓여야 확인된다.

차체와 배터리 쪽은 물리적으로 보강했다. 비틀림 강성은 기존 XC90보다 50%, 충돌 시 에너지 흡수는 20% 높였다. 배터리 팩 안에서 열이 오르며 압력이 변하면 이를 감지하고, 앞뒤에 놓인 파이로 퓨즈가 고전압 연결을 끊는다. 차 안에 어린이나 반려동물이 남으면 이를 알리는 실내 승객 감지 시스템도 들어간다.

다만 감안할 부분도 있다. 조작 대부분이 14.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안에 들어가 있다. 공조 온도를 한 단계 내리는 일에도 화면을 거쳐야 한다. 손이 자리를 기억할 수 없으니, 주행 중 설정을 바꾸려면 시선을 옮기게 된다.

가격은 트윈 모터 플러스 7인승 1억620만원부터다. 시승한 트윈 모터 울트라는 7인승 1억1620만원, 6인승 1억1820만원.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는 7인승 1억2120만원, 6인승 1억2320만원이다. 보증은 5년 또는 10만㎞, 고전압 배터리는 8년 또는 16만㎞다. 무선 업데이트(OTA)는 15년간 무상으로 제공된다. 800V 시스템을 써서 350㎾급 충전기에서는 10%에서 80%까지 약 22분이면 채운다.

좋은 차를 몰았다는 기억은 대개 운전자에게 남는다. EX90은 그 기억을 옆자리에 넘겨두는 쪽을 택했다. 456마력은 충분하지만 그 힘을 꺼내 보이려 들지 않고, 5m가 넘는 몸집은 도로에서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시승 구간 동안 이 차가 한 일은, 밖에서 들어오는 것들을 하나씩 덜어내는 것이었다. 그 값어치는 운전대를 잡은 사람보다 옆에 앉은 사람이 먼저 알아챈다.

[email protected]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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