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새 5엔 뛴 엔화..'160엔 트라우마'에 엔 캐리 청산
도쿄시장서 달러당 155엔대 진입
158엔선 돌파하자 투기세력 환매수
美 금리인상 기대↓·日 추가인상론↑
美 고용지표·155엔선이 다음 분수령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엔화 가치가 이틀 만에 달러당 5엔 넘게 뛰며 155엔대에 진입했다.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을 경계한 투기세력이 엔화 매도 포지션을 한꺼번에 정리한 영향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는 약해진 반면 일본은행의 추가 인상 가능성은 커지면서 엔화 강세에 속도가 붙었다.
4일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오전 8시30분 기준 달러당 155.92~155.94엔에 거래됐다. 전날 오후 5시보다 1.11엔 상승한 수준이다. 엔화는 앞서 3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155.30엔까지 올라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일 밤까지만 해도 달러당 160엔대 초반이었던 엔화 가치가 이틀 만에 5엔 넘게 급등한 것이다. 유로화에 대해서도 같은 시간 유로당 181.25~181.30엔으로 전날보다 0.97엔 상승했다.
이번 엔화 급등의 직접적인 계기는 투기세력의 쇼트 스퀴즈 (short squeeze)'였다. 엔화 약세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엔화를 되사면서 엔화 강세가 다시 환매수를 부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뉴욕시장에서는 일본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에 앞서 금융기관에 환율을 묻는 '레이트 체크'를 실시했다는 관측이 확산했다. 실제 개입 여부가 확인되기 전부터 투자자들이 엔화 매도 포지션을 줄이면서 엔화는 단시간에 달러당 1엔 가량 상승했다.
도쿄시장에서는 엔화가 200일 이동평균선인 달러당 158.44엔을 강세 방향으로 돌파하자 환매수가 더욱 거세졌다. 200일선은 투자자들이 중장기 환율 추세를 판단할 때 중시하는 지표다.
유럽계 대형 은행 조사팀은 "200일선을 돌파하면서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엔화 쇼트 포지션을 되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고 분석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팔아 금리가 높은 통화나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금리 차익에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지만 엔화가 급등하면 환차손이 금리 수익을 잠식한다. 차입을 이용해 투자 규모를 키운 경우가 많아 환율이 급변하면 포지션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레버리지 펀드의 엔화 순매도 규모는 2020년 이후 평균의 두 배를 넘었다. 미·일 공조 개입 이후 한때 줄었지만 최근 2주 동안 다시 불어났다.
마이클 애슐리 슐먼 세리티파트너스 파트너는 "7월 말 미·일 공조 개입으로 손실을 본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달러당 160엔에 도달하면 일단 달러부터 팔고 보자는 행동이 자리 잡았다"며 "이번에도 개입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엔화 매수가 자기증폭적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미·일 통화정책 전망이 엇갈린 것도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는 3일(현지시간) 강연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둔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오는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단기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일본시간 4일 새벽 약 50%로 전날의 약 63%에서 낮아졌다.
반면 BOJ의 금리 인상 전망은 강화됐다. 한 외신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BOJ가 이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1.25%로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다카타 하지메 BOJ 심의위원도 지난 2일 약 6개월에 한 번이라는 금리 인상 간격이나 0.25%p의 인상 폭에 얽매이지 않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연속 인상이나 인상 폭 확대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일본 공적연금(GPIF)이 해외자산 비중을 낮추고 엔화 자산을 늘릴 것이라는 관측도 엔화 매수에 힘을 보탰다. GPIF가 여름휴가철인 지난달 21일 이례적으로 경영위원회를 연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본 포트폴리오를 재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 확산했다.
다음 분수령은 달러당 155엔이다. 미국 고용지표가 약하면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가 더 낮아지면서 엔화 가치가 추가로 오를 수 있다. 반대로 고용이 예상보다 강하면 엔화 상승세가 꺾이고 다시 엔저 국면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키트 저크스 소시에테제네랄 수석 외환전략가는 "엔화가 강세를 보일 때마다 엔화를 팔아 금리 수익을 얻던 캐리 전략은 이제 위험해졌다"며 "수년에 걸쳐 달러당 140엔까지 엔화 가치가 상승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