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밭 0.2% 줄었는데 생산은 3.9% 늘어… 42만6900t '가격 방어' 시험대
재배면적 0.2% 감소·생산량 1만5900t 증가
제주시 생산 9.0% 늘며 물량 확대 주도
하우스감귤 출하 증가로 가격 이미 약세
제주도, 내년 감귤원 간벌 수요조사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노지감귤 재배면적은 줄어드는데 올해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만5900t 늘어난 42만6900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과원 면적 감소보다 단위면적당 생산성 상승폭이 커지면서 전체 물량이 증가하는 구조다.
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2026년산 제주 노지감귤 생산량은 42만6900t으로 관측됐다. 지난해 41만1000t보다 3.9%, 평년 41만5300t보다 2.8% 많다.
반면 재배면적은 1만3972㏊로 지난해 1만3994㏊보다 0.2%, 평년 1만4214㏊보다 1.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면적이 줄고도 생산량이 늘어나는 이유는 생산성이다. KREI 전망치를 10a당 생산량으로 환산하면 올해 약 3055㎏이다. 지난해 생산량과 면적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약 2937㎏보다 4%가량 많다. 과원 면적 감소분을 단수 상승이 상쇄하고도 남는 셈이다.
지역별 차이도 뚜렷하다. 제주시 지역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9.0%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서귀포시는 1.1% 증가 전망이다. 전체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주시 35.3%, 서귀포시 64.7%다.
제주시는 정상 착과로 생산량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크고 서귀포시는 해거리 영향에도 나무당 열매 수가 늘어난 것으로 KREI는 분석했다. 생육상황도 지난해보다 대체로 양호하다. 생리장해와 병해충 발생이 줄었고 건조한 날씨로 낙과와 열과도 감소했다.
반면 고온과 가뭄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과실 비대가 늦어지고 일부 과원에서는 햇볕 데임 피해가 발생했다. 최종 출하량과 상품과 비율은 앞으로 열매 크기와 당도·산도, 외관 등 품질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제주 노지감귤 생산 기반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제주도 농업정보시스템(JASIS)에 따르면 노지감귤 재배면적은 2000년 2만4261㏊에서 2024년 1만3994㏊로 4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만감류 재배면적은 665㏊에서 4279㏊로 6배 이상 커졌다. 고령화에 따른 폐원뿐 아니라 천혜향·레드향 등 만감류와 다른 작형으로의 전환이 이어지면서 제주 감귤산업의 품종구조 자체가 바뀐 결과다. 그럼에도 올해처럼 단수가 높아지면 줄어든 면적만으로 공급량을 판단하기 어렵다. 기상과 착과량에 따라 생산량이 다시 늘 수 있어서다.
가격에서는 이미 경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KREI는 9월 하우스감귤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8.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추석 성수기가 지난해보다 일찍 찾아오면서 출하가 집중되는 영향이다.
서울 가락시장 상품 3㎏ 기준 9월 도매가격은 2만1000원 안팎으로 지난해 2만3000원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8월 가격도 이미 약세였다. 상품 3㎏ 평균 도매가격은 2만1800원으로 지난해 2만3500원보다 7.2%, 평년 2만3300원보다 6.4% 낮았다.
하우스감귤과 노지감귤은 재배방식과 출하시기가 달라 가격 흐름을 그대로 연결할 수는 없다. 다만 공급물량 증가가 가격에 즉각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확인된다.
지난 출하기도 같은 문제를 보여줬다. 올해 1분기 2025년산 노지감귤의 가락시장 반입량은 생산 증가 영향으로 전년보다 95.3% 늘었다.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5㎏당 1만5700원으로 전년보다 36.5% 떨어졌다.
올해 42만6900t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상품과 비율과 출하시기 관리가 농가소득에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제주도도 별도의 생산량 관측을 진행 중이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도내 320개 표본 과원을 기반으로 5월 착화량, 8월 열매 수·크기, 11월 수량·품질을 단계적으로 조사한다.
올해부터는 스마트폰으로 감귤나무를 촬영하면 인공지능(AI)이 열매 수와 크기를 분석하는 자동화 기술을 현장 실측과 함께 적용하고 있다. 조사자에 따른 측정 편차를 줄이고 생산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게 목표다.
지난 3일에는 농어업인회관에서 2차 감귤관측조사위원회도 열렸다. 제주도의 자체 생산예상량이 확정되면 KREI의 42만6900t 전망과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는지가 올해 수급 판단의 첫 기준이 된다.
제주도는 내년 과원구조 개선 준비에도 들어갔다. 오는 11일까지 2027년 감귤원 간벌사업 수요를 조사해 내년도 예산과 사업량을 결정한다. 희망 농가는 간벌 비용을 예산 범위에서 우선 지원받을 수 있다.
간벌은 나무 사이 간격을 넓혀 햇빛과 바람이 과원 안으로 잘 들어오도록 하고 농작업 여건을 개선해 고품질 감귤 생산기반을 만드는 사업이다. 다만 이번 수요조사는 내년도 사업을 준비하는 절차다. 올해산 노지감귤 42만6900t의 출하량을 당장 조절하는 수단과는 구분해야 한다.
올해 수급의 핵심은 극조생 감귤의 품질을 관리하고 규격 외 감귤의 시장 유입을 차단하면서 가공용 처리와 출하시기 분산을 얼마나 정교하게 운용하느냐가 가격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KREI 수치도 확정 생산량은 아니다. 표본농가 조사와 현장조사, 수급분석을 토대로 산출한 전망치여서 앞으로 태풍과 강수, 기온 등 기상조건에 따라 실제 생산량은 달라질 수 있다.
김영준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감귤원 간벌은 채광·통풍을 개선해 농작업 효율과 품질을 높이는 사업"이라며 "내년도 사업에 농가 수요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