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룸살롱 409만원 접대 혐의' 지귀연 부장판사 기소
[파이낸셜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룸살롱에서 접대 받은 혐의로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를 재판에 넘겼다. 공수처는 변호사들과의 직무 관련성은 인정하면서도 재판 편의 제공 등 구체적인 대가성까지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 뇌물수수 혐의는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는 4일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지 부장판사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날 지 부장판사의 소속 법원인 서울북부지법에도 수사 결과를 통보하고 징계를 요청했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2023년 8월 변호사 A씨와 B씨로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 룸살롱에서 409만원 상당의 술값을 결제하도록 해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향응을 제공 받은 혐의를 받는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이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명목과 관계 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약속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5월 시민단체 등이 지 부장판사를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같은해 7월 공수처는 관련 의혹을 제기한 국회의원실 보좌관 등으로부터 자료를 확보했고, 8월에는 지 부장판사 등에 대한 통신 영장을 발부 받아 집행했다.
다만, 수사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주점 업주에 대한 금융계좌 영장이 기각됐고, 추가 통신영장과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에 공수처는 업주 등 참고인들을 설득해 금융거래 내역과 방문 일시·횟수, 결제 내역 등에 관한 자료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했다.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가 일행과 주점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 등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해 동일인들이 같은 장소에 모인 사례를 두 차례로 특정했다. 변호사 A씨가 해당 주점에서 결제한 내역은 모두 6건으로 파악됐으며, 이 가운데 지 부장판사의 택시 이용 내역 등을 분석해 동선이 일치하는 두 차례를 확인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9~10월 제보자와 관련자, 향응 공여자 등의 진술을 확보한 데 이어, 같은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택시 호출 및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에 대한 영장을 집행했다. 지난 4~6월에는 지 부장판사와 향응을 제공한 변호사 등을 소환조사했다. 지 부장판사는 조사 과정에서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관련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향응을 제공한 사람들이 지 부장판사와 직무 관련성이 있는 변호사들이라는 점에 주목해 재판 편의 제공 등 청탁이나 대가성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수사했다. 그러나 지 부장판사가 소속된 재판부에 해당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 내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구체적인 대가관계를 입증할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공수처는 변호사들의 막연하고 추상적인 기대감만으로 향응 제공과 판사의 직무 사이에 대가관계가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 부장판사에게 적용됐던 뇌물수수 혐의는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는 과거 재판과의 연관성도 들여다봤다. 공수처에 따르면 지 부장판사가 2013년 수원지법 민사합의부에서 근무할 당시 변호사 A씨가 수임한 사건 가운데 1심에서 패소했다가 항소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사례가 확인됐다. 그러나 해당 재판과 이번 접대 사이에는 약 10년의 시간 차이가 있는 데다 사건의 소가 등을 종합하면 과거 직무에 대한 대가로 향응이 제공됐다고 보기에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공수처가 특정한 또 다른 술자리도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2024년 9월쯤 지 부장판사를 포함한 5명이 모여 약 416만원을 결제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공수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는 지난 7월 수사심의위원회를 개최한 뒤 수사 결과와 법리 등을 검토해 지 부장판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기기로 최종 결정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사건을 엄정히 수사해 공직기강 확립에 기여하겠다"며 "향후 공소유지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