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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195% 폭등한 이유, 이름 같아서라고?"…밈 쫓아 헤매는 테마개미들 [개미의 세계]

김희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용혜인 뉴스 나와서 왔다. 일단 500만 투자했다."

불과 며칠 사이, 코스피 상장사 '혜인'의 종목토론방에는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이름이 수차례 거론됐다. 투자자들 사이에 난데없는 '용혜인 테마주' 밈(Meme)이 등장한 까닭은 상장사 이름인 혜인과 용 후보자의 이름이 같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지난달 28일까지 195% 급등하며 코스피 상승률 1위를 기록하던 혜인은 공교롭게도 용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고 다음 거래일부터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름 외에 아무 관련 없는데도 개미들 '기웃'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까지만 해도 혜인의 주가는 4000원대 초반이었으나, 지난달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러나 이후 지난 2일까지 3거래일 연속 급락하며 주가가 9520원까지 밀렸다가 4일에는 전일 대비 880원(9.01%) 오른 1만65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내용만 보면 혜인의 급등락 요인이 용 장관 후보자의 지명과 연결돼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혜인의 주가가 급등한 실제 이유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비상발전기 수요 증가 기대 때문이었다. 혜인은 글로벌 건설·광산장비 업체 캐터필라의 국내 공식 딜러로, 엔진·발전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와 SK,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데이터센터에 캐터필라 비상발전기를 공급한 이력도 있다.

실적 역시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만했다. 혜인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8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8.7% 증가했다. 특히 발전에너지 부문 영업이익은 55억원으로 62.3% 늘었다. 여기에 혜인은 올해 초 AI 확산에 따른 초대형 데이터센터 증가와 방산 분야 유지·보수·정비(MRO) 수요 확대에 발맞춰 엔진·발전기 사업 분야 투자를 확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다 주가가 한 달도 안 돼 3배 가까이 뛰면서 부담이 커졌고, 지난달 11일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된 데 이어 18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1일에는 투자경고종목 재지정 예고 공시가 이뤄지기도 했다.

증권가는 주가가 실적이나 신규 수주 등 펀더멘털 개선 속도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단기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는 게 혜인 급락의 이유라는 분석을 내놨다.

정리하자면 혜인의 주가 급등락과 용 후보자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무엇보다 혜인과 용 후보자 사이에 사업이나 지분 등 어떠한 연관성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저 이름이 같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종의 '밈'이 돼 정치 테마주로 소비됐다.

용 후보자 사례 이전에도 특정 정치인과 동문이거나 본관이 같다는 이유로 '정치인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뛰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특정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이름이나 서사만으로 묶이는 종목들이 급등락을 반복하기도 했다.

2017년 8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바라본 5호 태풍 노루의 모습. /사진=뉴스1(NASA 홈페이지)
2017년 8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바라본 5호 태풍 노루의 모습. /사진=뉴스1(NASA 홈페이지)

태풍이 오자 페인트주가 오른 까닭은

흥미로운 건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테마주 밈'이 돼 주가가 급등한 사례가 실제로 있었다는 점이다. 2017년 8월, 태풍 노루가 북상하자 수해 복구 관련주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런데 정작 시장에서 급등한 종목은 뜬금없게도 노루페인트였다. '노루페인트우' 주가는 그해 8월 1일 최저 8400원에서 4일 최고 1만4800원까지 올라 나흘 만에 76.19%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순식간에 급등한 주가에 노루페인트가 화제가 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당시 "노루페인트가 오른 이유가 태풍 노루와 이름이 같아서냐"는 질문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이유가 맞다"는 답변이 줄줄이 이어졌다. 태풍과 페인트 회사 사이에는 어떤 논리적 연관성도 없었지만, 그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매수가 이어진 셈이다.

국내 완구 제조사 '손오공'의 주가가 갑자기 12.21% 치솟은 2024년 3월 8일 역시 비슷한 이유로 볼 수 있다. 일본 만화가 토리야마 아키라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대표작 '드래곤볼'의 주인공 이름이 손오공이라는 점 때문에 '손오공'의 주가가 이날 올랐다. 손오공 주가는 당일 12.21% 상승, 장중에는 16%까지 치솟았다.

밈을 따라 주가가 급등하는 또 다른 사례는 최근에도 관찰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프로야구(KBO)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시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두산그룹주가 일제히 급등한 지난 6월이 대표적이다.

스토리만 있다면…'애국 테마주' 된 모나미·한성기업

테마주 밈이 꼭 이름이나 유명인을 소재로만 생겨나는 건 아니다. 올해 7월, 코스피 상장 유지를 위한 시가총액 기준이 2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강화되면서 수산물 가공업체 한성기업의 상장폐지 우려가 불거졌다.

그러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성기업이 25년 동안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위한 평화음악회를 묵묵히 후원해왔다는 미담이 퍼졌다. 이후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도운 착한 기업을 우리가 살려야 한다"는 여론이 퍼졌다. 제품 구매 인증샷과 주식 매수 계좌를 동시에 인증하는 '돈쭐' 캠페인으로 번졌다.

모나미 역시 비슷한 급등 수순을 밟았다. 모나미는 지난 2019년 노재팬 운동 당시 국산 필기구 대체 브랜드로 부각된 이후, 일찌감치 '애국 테마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노재팬 때는 한 달 새 250% 넘게 급등했고, 2023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때도 주가가 올랐다. 상폐 위기 사실이 알려진 이번에도 "모나미를 살려야 한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행렬 속에 주가가 상승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개미들은 왜 이런 투자를 반복할까

이런 사례를 두고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국장 클래스'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유사한 이름이나 감동 스토리를 빌미로 비이성적 매수가 국내 증시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건강하지 못한 구조적 현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도 꾸준히 이를 경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내놓은 공식 보도자료에는 "기업의 가치를 공시 등을 통해 확인하지 않고 근거없는 정보 및 풍문에 현혹되어 투자한 경우 주가 급락으로 인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도 "투기적이거나 불공정거래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을 투자주의종목으로 공표해 일반 투자자들의 뇌동매매를 방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뇌동매매는 타인의 움직임에 편승해 매매하는 걸 말한다.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사전에서도 '남을 따라하는 매매'로 정의하고 있다. 혜인은 앞서 급등 과정에서 실제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바 있다.

'껄무새'가 되기 싫은데 오늘도 결국 "살 걸, 팔 걸, 버틸 걸…" 주식도, 부동산도, 재테크도 다들 나 빼고 잘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어려운 투자의 세계, 손뼉 치며 공감할 [개미의 세계]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함께 공유하고 싶은 투자 사연이 있는 개미들의 제보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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