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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반 약화해 제주서 멀어진다… 강풍 속 제주항 크레인 전도 1명 사망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4일 오후 9시 최대풍속 초속 21m로 약화
제주항 바지선 작업 중 1명 사망·1명 중상
제주공항 184편 지연·일부 뱃길 통제
강풍·풍랑특보 일부 8일까지 이어질 전망

4일 오후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 11부두에 정박한 바지선에서 크레인이 쓰러진 가운데 해경과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고로 50대 바지선 선주가 숨지고 크레인 기사 1명이 크게 다쳤다. 해경은 크레인 전도 원인과 당시 작업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4일 오후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 11부두에 정박한 바지선에서 크레인이 쓰러진 가운데 해경과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고로 50대 바지선 선주가 숨지고 크레인 기사 1명이 크게 다쳤다. 해경은 크레인 전도 원인과 당시 작업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24호 태풍 '크로반(KROVANH)'이 세력을 낮추며 제주 남쪽으로 멀어지고 있다. 그러나 태풍 간접영향으로 강풍이 몰아친 제주에서는 항만 작업 중 크레인이 쓰러져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치는 등 인명·시설 피해와 교통 차질이 이어졌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크로반은 4일 오후 9시 현재 북위 28.8도, 동경 127.7도 해상에서 시속 24㎞로 남동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94hPa, 최대풍속은 초속 21m다.

이날 오후 3시 중심기압 992hPa, 최대풍속 초속 23m와 비교하면 세력이 다소 약해졌다. 기상청은 크로반이 5일 제주 남쪽으로 더 내려간 뒤 6일부터 동쪽으로 방향을 틀고, 7일 오후 9시께 일본 오키나와 동쪽 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태풍 본체의 위협은 낮아지고 있지만 제주에서는 강풍에 따른 피해가 현실화됐다.

4일 오후 3시53분께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 11부두에 정박한 바지선에서 크레인이 쓰러지면서 작업자 2명이 깔렸다.

해경과 소방당국은 심정지 상태였던 50대 바지선 선주 A씨를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함께 사고를 당한 50대 크레인 기사 B씨도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어깨와 골반 등을 크게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기상청이 4일 오후 10시 발표한 제24호 태풍 ‘크로반’ 예상 이동경로. 크로반은 이날 오후 9시 중심기압 994hPa, 최대풍속 초속 21m로 남동진했으며 5일 제주 남쪽으로 더 내려간 뒤 6일부터 동쪽으로 방향을 틀 전망이다. 기상청은 7일 오후 9시께 열대저압부로 약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기상청 제공
기상청이 4일 오후 10시 발표한 제24호 태풍 ‘크로반’ 예상 이동경로. 크로반은 이날 오후 9시 중심기압 994hPa, 최대풍속 초속 21m로 남동진했으며 5일 제주 남쪽으로 더 내려간 뒤 6일부터 동쪽으로 방향을 틀 전망이다. 기상청은 7일 오후 9시께 열대저압부로 약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기상청 제공

두 사람은 바지선에 크레인을 올려놓고 바닥 철판을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제주시 건입동에서는 초속 20.5m의 강한 바람이 관측됐다.

다만 강풍이 크레인 전도의 직접 원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해경은 사고 당시 작업상황과 크레인 전도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강풍경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작업이 어떻게 진행됐는지와 현장 안전수칙 적용 여부도 확인 대상이다.

제주 전역에서는 시설물 피해도 이어졌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접수된 기상특보 관련 안전조치는 4일 오후까지 26건으로 늘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곳곳에서 가로수가 쓰러지고 중앙분리대와 신호등, 과속단속카메라 등이 파손됐다. 강풍에 날린 시설물로 인한 안전사고도 발생했다.

하늘길은 결항보다 대규모 지연이 두드러졌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 집계 기준 4일 오후 7시까지 제주공항 출·도착 항공편 184편이 지연됐다. 출발 93편, 도착 91편이다.

제주공항에는 강풍과 이륙·착륙 양방향 급변풍 특보가 이어지면서 운항 간격 조정이 계속됐다. 이날 밤까지 대규모 무더기 결항으로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강한 바람이 하루 종일 이어지면서 지연 항공편이 누적됐다.

바닷길도 정상 운항에 차질을 빚었다. 제주와 추자·완도, 가파도·마라도 등을 잇는 일부 여객선이 풍랑 영향으로 통제됐고 제주와 완도를 오가는 일부 대형 여객선도 운항에 차질이 발생했다.

제24호 태풍 크로반의 간접영향으로 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중문해수욕장에 높은 파도가 밀려들고 있다. 태풍은 제주에서 멀어지고 있지만 제주 육상과 해상에는 강풍·풍랑특보가 이어지면서 일부 여객선 운항과 한라산 탐방로 등이 통제됐다. /사진=연합뉴스
제24호 태풍 크로반의 간접영향으로 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중문해수욕장에 높은 파도가 밀려들고 있다. 태풍은 제주에서 멀어지고 있지만 제주 육상과 해상에는 강풍·풍랑특보가 이어지면서 일부 여객선 운항과 한라산 탐방로 등이 통제됐다. /사진=연합뉴스

국제 크루즈도 영향을 받았다. 4일 제주에 기항할 예정이던 크루즈 2척이 기상 악화로 입항하지 못하면서 승객 3900여명의 제주 방문이 무산됐다.

한라산국립공원 7개 탐방로도 전면 통제됐고 제주지역 지정 해수욕장에서는 입욕이 금지됐다.

태풍이 멀어진다고 곧바로 강풍과 높은 파도가 잦아드는 상황도 아니다. 5일 오전 1시 기준 제주 산지와 제주시 북부·동부·중산간, 서귀포시 남부·동부·중산간에는 강풍경보가 이어졌고 제주시 서부와 서귀포시 서부, 추자도에는 강풍주의보가 발효됐다.

제주 동부·남부 앞바다와 제주 남쪽 먼바다 등에는 풍랑경보가 유지됐다. 일부 지역과 해역의 특보 해제 예상시점은 7~8일까지 걸쳐 있다.

크로반은 5일 오전 9시께 일본 오키나와 북쪽 약 130㎞ 부근 해상까지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풍속은 초속 21m 수준을 유지하다 6일 밤 초속 20m로 낮아지고 이후 열대저압부로 약화할 전망이다.

태풍 중심이 제주에서 멀어지는 만큼 5일부터는 직접적인 태풍 진로보다 남아 있는 강풍과 풍랑이 실제 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해졌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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