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싸게 충전, 저녁엔 전력망으로… 제주 V2G 실증 '전력망 자원화' 시험대
주말·공휴일 11~14시 최대 32% 할인
봄철 충전 이용 9.2% 증가·휴일 이동 확인
정선화 정책관 "제주 현대차·쏘카 V2G 실증 중"
계시별 충전요금 내년 상반기 도입 목표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재생에너지 전력이 남는 낮에는 전기차를 싸게 충전하고, 수요가 늘어나는 저녁에는 차량 배터리의 전기를 다시 전력망으로 보내는 전력소비 모델이 제주에서 실증되고 있다.
6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일부터 10월31일까지 주말과 공휴일 21일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전기차 충전 전력량요금을 할인한다.
주택이나 회사에 설치된 자가소비용 충전기는 전력량요금을 50% 낮춰 kWh당 40.1~48.6원을 할인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이 운영하는 공공 급속충전기 약 1만4000기와 한전 완속충전기 약 3400기도 할인 대상이다. 이 가운데 기후에너지환경부 공공 급속충전기 약 9600기는 자체 할인을 더해 실제 소비자 충전요금이 최대 32%, kWh당 85.4~97.2원 낮아진다.
정부가 할인시간을 낮 3시간으로 제한한 이유는 태양광 발전량이 많아 전력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시간대로 충전수요를 옮기기 위해서다.
정선화 기후에너지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은 "전기차는 여유 전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며 "핵심은 충전수요를 여유 전력이 많은 시간대로 이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봄철 할인에서는 충전시간이 움직이는 현상이 확인됐다. 정부 분석 결과 할인일의 일평균 충전 이용건수는 할인 이전보다 9.2% 증가했다. 할인기간 충전량은 하루 약 0.1GWh, 전체 약 17GWh였다. 자가 충전 이용자 가운데 약 20%는 충전시점을 휴일이나 일요일로 옮긴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이번 가을철 할인에서는 충전기별로 할인폭을 달리해 가격 변화가 충전시간 선택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한다. 충전사업자별 과금체계와 시간대별 요금 적용시스템 등을 점검한 뒤 실제 제도 도입으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주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간 V2G가 실증되고 있다. V2G는 전기차 배터리와 전력망을 양방향으로 연결해 전력이 남을 때 충전하고 수요가 많을 때 차량 배터리의 전력을 다시 공급하는 기술이다.
정 정책관은 제주 V2G 실증에 대한 질문에 "제주에서 현대차와 쏘카 등 관계 업계가 협의해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어 "낮에 전기요금이 쌀 때 충전했다가 반대 방향으로 방전해 저녁에 전력이 부족할 때 기여할 수 있는 쌍방향 충·방전체계"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제주에서 아이오닉9과 기아 EV9을 활용해 일반 도민 대상 V2G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쏘카도 제주에서 렌터카 배터리를 전력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시험 중이다.
정부는 V2G가 상용화되면 전기차 이용자의 역할도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정책관은 "V2G가 상용화되면 전기차 자체가 전력망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면서 소비자는 싼 값에 전기를 충전하고 판매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낮 시간 충전을 늘리는 일방향 수요관리와 V2G 실증을 별도로 추진하고 있다. V2G는 별도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전력시장과의 연계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상용화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반복 충·방전이 배터리 수명에 미치는 영향과 양방향 충전 인프라, 충·방전 효율, 전력시장 거래와 정산방식 등을 검증해야 한다.
정부도 봄철 충전요금 할인으로 실제 전력망 안정이나 재생에너지 출력제어가 얼마나 줄었는지까지는 분석하지 못했다.
정 정책관은 "봄철 할인 규모가 크지 않아 전력망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까지 분석되지는 않았다"며 "여유 전력이 있는 시간대로 충전수요가 이동한 점은 확인했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