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신하는 교육 안한다… 교사 전문성 중심 지원할 것"
"학교가 교육에 전념하도록 지원" 고의숙 제주도교육감
AI플랫폼 ‘바당’으로 성장 이력 진단
초개별화 맞춤교육 지원체계 구축
서열 아닌 성장 위한 기초학력 진단
교육감 직속 교권보호 담당관 신설
내년 고교체제 개편 대형 정책 추진
4·3교육 돌봄 등 지역모델 구체화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AI가 교사를 대신하는 교육은 하지 않겠습니다. AI는 학생을 이해하기 위한 보조 수단이고, 최종적인 판단과 교육적 지원은 교사의 전문성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고의숙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이 그리는 제주교육의 출발점은 기술보다 사람이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서로 다른 배움과 성장을 교사가 더 정확히 이해하도록 AI와 데이터를 활용하고, 교육청은 학교에 일을 요구하기보다 학교가 교육에 전념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고 교육감은 6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교육청이 학교에 무엇을 요구할지를 먼저 생각하는 행정이 아니라 학교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무엇을 지원할지를 먼저 고민하는 행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와 교감, 교육전문직을 거쳐 제주도의회 교육의원으로 교육행정을 감시했던 그는 이제 정책의 최종 책임자가 됐다. 고 교육감은 취임 뒤 학교 현장을 다시 바라보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변화로 '학교지원 행정'을 꼽았다.
고 교육감의 구상은 이미 조직개편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4일 본청을 현행 1실·3국·2담당관·16과·64담당에서 1실·2국·3담당관·14과·1추진단·68담당으로 바꾸는 조직개편안을 내놨다. 교육감 직속 교육활동보호담당관을 신설하고 학생통합지원과와 4·3교육과를 새로 둔다. 2027년에는 한시조직인 학교지원정책추진단을 가동한다. 본청과 교육지원청·직속기관에 흩어진 학교지원 업무를 다시 분석한 뒤 2028년 교육지원청 기능 확대와 직속기관 개편까지 추진한다. 인터뷰에서 밝힌 '학교를 지원하는 교육청'이라는 방향이 조직설계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 초개별화 기준은 '성장 위한 진단'
고 교육감이 취임 첫 결재로 선택한 정책은 '초개별화 맞춤교육 지원체계 구축'이었다. 고 교육감은 "학생마다 배우는 속도와 관심·재능, 가정·지역의 교육환경이 다른 만큼 획일적인 방식으로는 각자의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초개별화는 AI가 학생을 자동 평가하거나 문제를 추천하는 디지털 교육에 머물지 않는다. 학생의 학습상황과 성장 이력을 축적하고 교사가 이를 수업과 상담, 교육지원 과정에서 활용하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제주도교육청은 현재 운영 중인 AI 맞춤형 교수학습 플랫폼 '바당'을 고도화해 학생별 성장 이력을 진단과 지원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고 교육감은 "AI는 수업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교사의 전문성을 대신할 수 없으며, 한 아이의 어려움을 더 빨리 발견하고 필요한 도움을 정확하게 제공하기 위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기초학력 정책도 같은 원칙을 따른다. 고 교육감은 "기초학력 진단은 학생을 평가하거나 서열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빨리 발견해 적절한 지원으로 연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육감은 이를 '성장을 위한 진단'이라고 표현했다. 진단 결과를 교실에서 끝내지 않고 전문교사와 전문기관, 교육청 지원까지 연결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교권·고교체제… 학교지원 행정 시험대
학생 중심 교육의 전제는 교사가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다. 교육감직 준비위원회가 교사 17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9.02%가 최근 2년 동안 교육활동 침해를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31.98%는 별다른 대응 없이 '참았다'고 응답했다. 고 교육감은 "교사가 교육활동 침해를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교육청이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상담과 갈등조정, 현장지원, 법률지원, 심리·회복 지원을 한 흐름으로 연결하겠다는 방향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이달 1일 교육활동보호센터에 장학사 2명과 주무관 1명을 추가 배치했고, 내년에는 교육활동보호담당관을 교육감 직속으로 둔다.
2027년 고교체제 개편도 고 교육감의 첫 대형 정책 시험대다. 제주고와 제주여자상업고는 평준화 일반고로 전환되고 제주여상은 사라고등학교로 교명이 바뀐다. 제주미래고도 글로벌조리과와 스마트농업과, 디지털·관광콘텐츠과, AI소프트웨어과를 갖춘 특성화고로 출범한다.
그는 "제도와 학교의 변화 때문에 현재 학생들의 진로와 교육받을 권리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학생에게는 안정적인 교육과 진로를, 교직원에게는 예측 가능한 전환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바칼로레아(IB)는 학교 수 확대보다 지속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올해 3월 기준 제주 IB 운영학교는 초등 PYP 12곳, 중등 MYP 5곳, 고교 DP 1곳 등 18곳이다.
■제주형 교육모델 구체화
제주4·3교육은 고 교육감이 강조하는 '제주다움 교육'의 핵심 축이다. 고 교육감은 "4·3평화·인권교육과 제주이해교육, 민주시민교육, 생태환경교육을 학생 발달단계에 맞춰 연결하겠다"고 했다. 초등 저학년에서는 평화와 생명의 가치를 이해하고 중·고교로 갈수록 국가폭력과 인권·민주주의, 화해와 상생의 의미까지 다루는 방식이다. 그는 "제주4·3교육은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면서 교육의 전문성과 학생의 발달 수준을 함께 존중해야 한다"며 "제주교육의 정체성을 담은 대표 교육과정으로 정착시켜 다른 지역에서도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교육모델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돌봄정책 '꿈꾸는 오후'도 학교지원 철학과 맞닿아 있다. 학교와 마을, 학부모, 교육청과 제주도가 방과 후 아이들의 삶과 배움을 함께 책임지는 제주형 온마을 돌봄·교육 모델을 2027년부터 시범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정책을 뒷받침할 재정은 녹록지 않다. 제주도교육청의 올해 제2회 추가경정예산은 1조6925억원이지만 사용처가 정해진 재원과 시설비 등을 제외하면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재원은 제한적이다. 2027년 이후 예정된 학교 시설사업도 39건, 약 5140억원 규모다. 고 교육감은 그래서 공약 달성률 자체보다 학교와 아이들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정책평가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역할도 '주인공'보다 '조연'이라고 규정했다. 고 교육감은 "교육감이 모든 것을 이끄는 사람이기보다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연결하고 돕는 조연이 되고 싶다"며 "현장을 먼저 찾고 현장의 목소리를 먼저 듣겠다"고 말했다. 임기 첫 페이지에 쓰고 싶은 문장을 묻자 그는 "한 아이도 소외되지 않도록 아이들의 오늘을 행복하게 하고 내일의 가능성을 키우겠다"고 답했다.
AI가 교사를 대신하지 않고, 교육청이 학교를 지시하기보다 지원하는 구조. 고의숙표 제주교육의 성패는 이 철학이 조직과 예산을 거쳐 교실과 학교 현장의 변화로 얼마나 이어지느냐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