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퍼스·노르웨이 중앙은행, MBK 손 들어줬다 [fn마켓워치]
고려아연 감사위원 후보 박유경 APG 본부장 지지
[파이낸셜뉴스] 세계 최대 연기금 가운데 하나인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과 미국 최대 공적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이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MBK파트너스·영풍이 추천한 감사위원 후보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의결권 자문사 다수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을 지지한 흐름과는 정반대 결론이다. 국내 대형 상장사에 '3% 룰'이 처음 적용되는 표 대결에서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MBK 쪽에 힘을 실은 셈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BIM은 사전 의결권 행사 공시를 통해 오는 9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 주총 안건 가운데 주주제안인 박유경 전 네덜란드연기금(APG)자산운용 본부장의 감사위원 선임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반대로 회사 측이 올린 백인규 후보 선임안에는 반대표를 행사한다. 이형규·서은숙 독립이사 선임안 역시 반대, 주주제안인 이준봉·심혜섭 후보 선임안에는 찬성으로 방향을 정했다.
NBIM은 표결 이유로 "이사회가 주주 최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지 않을 때 주주는 이사회 변화를 요구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어 "이사회가 주주의 중대한 요구에 대응하지 못했는지, 주주제안을 우회하려 했는지, 주주 승인 없이 주주권을 제한하는 지배구조 변경을 실행했는지를 따진다"고 설명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재무·전략 성과, 부실한 위험 관리, 이해관계자에 대한 부적절한 대우도 판단 요소로 꼽았다. 다만 NBIM은 의결권 행사 방향은 내부 결정이며 제3자와 합의된 바 없고, 다른 주주의 표결에 영향을 주려는 의결권 대리 권유가 아니라는 점을 함께 명시했다.
캘퍼스도 같은 결론을 냈다. 캘퍼스는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의 의결권 행사 플랫폼을 통해 박유경 후보 선임안에 찬성 방침을 공개했다. 글래스루이스가 회사 측 후보를 지지했음에도 최종 판단이 갈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자문사 권고와 실제 표결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다.
이번 주총의 최대 승부처는 감사위원 1명 선임이다. 지난해 7월 국회를 통과한 1차 상법 개정안에 따라 감사위원을 겸하는 이사 선임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3% 룰'이 대형 상장사에 처음 적용된다. 지분율 우위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구조여서 국민연금과 외국인, 기관투자가 표심이 결과를 가른다. 고려아연 외국인 지분율은 20% 안팎으로, 이들의 향배가 결정적 변수로 지목된다.
전초전인 의결권 자문사 대결에서는 고려아연이 앞섰다. 회사 측 백인규 후보에는 ISS, PIRC, 이건존스 프록시서비스, 서스틴베스트, 글래스루이스, 한국의결권자문, 한국ESG연구소, 한국ESG평가원 등 8곳이 찬성을 권고했다. MBK·영풍은 지난달 30일 한국ESG기준원(KCGS) 한 곳에서 찬성 권고를 받았다.
MBK는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독립성을 앞세우고 있다. 박 후보는 MBK가 자체 구성한 독립심사위원회가 공개 추천 절차를 거쳐 선정한 인물이다.
MBK는 주총 안건자료에서 "백 후보가 고위 임원으로 재직했던 한국 딜로이트그룹은 고려아연과 지속적으로 업무 관계를 이어와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딜로이트안진은 지난해 이른바 크루서블 프로젝트 재무 실사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후보는 딜로이트안진에서 회계·감사와 재무자문 업무를 담당하며 한국 딜로이트그룹 이사회 의장과 ESG센터장을 지냈다.
MBK는 최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분류돼온 한화와 LG화학에도 공개서한을 보내 박 후보 지지를 요청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박 후보가 특정 사모펀드의 추천을 받은 만큼 감사위원의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연기금은 자문사 권고와 별개로 자체 지침에 따라 이사회 견제 기능을 우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며 "3% 룰 아래에서는 소수 지분이 결과를 뒤집을 수 있어 막판까지 표 계산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강구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