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CPTPP 회원국과 교역 3410억弗… 美·中보다 규모 크다 [CPTPP 가입 속도]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정부, 5년만에 가입 재검토
농어업 영향·대응방안 논의
세부 업종·품목별 의견수렴
WTO 다자무역 질서 약화
'메가 FTA' 중요성 커져
수출시장·공급망 확대 기대

CPTPP 회원국과 교역 3410억弗… 美·中보다 규모 크다 [CPTPP 가입 속도]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를 위한 의견수렴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 2021년 가입 추진 방침을 밝히고도 농어업계 반발 등에 막혀 실제 가입 신청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CPTPP 논의가 5년 만에 다시 움직이는 모습이다.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안정적 통상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커진 데다 CPTPP 역시 회원국과 통상규범의 외연을 넓히면서 정부의 셈법도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몸집 키우는 CPTPP

6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박정성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4일 농어업 분야 학계·연구기관·유관기관 전문가들과 CPTPP 가입에 따른 농어업 분야 영향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앞으로 업계와 직접 소통해 세부 업종·품목별 의견도 수렴할 계획이다.

박 본부장은 "CPTPP는 단순한 시장개방을 넘어 공급망 안정과 경제안보, 수출시장 확대 등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이익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농어업 등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의 부담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CPTPP 카드를 다시 꺼낸 배경에는 5년 사이 달라진 글로벌 통상환경이 자리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되고, 공급망이 경제안보 영역으로 편입되면서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무역 질서는 힘을 잃고 있다. 그 대신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국가끼리 시장과 통상규범을 묶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CPTPP의 위상도 달라졌다. 2018년 출범한 CPTPP는 기존 11개국에 영국이 합류하면서 회원국이 12개국으로 늘었다. 현재 회원국 경제 규모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4.3%에 달하고, 관세 철폐율은 99% 수준이다.

영국의 가입은 CPTPP가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외연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코스타리카는 지난 5월 가입작업반 협상을 실질적으로 마무리했고, 우루과이도 가입 절차를 밟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아랍에미리트(UAE)는 올해 6월 가입을 위한 예비협의에 들어갔다. 앞서 중국과 대만도 가입을 신청했다.

협정의 역할도 단순한 관세 인하에서 통상규범을 만드는 플랫폼으로 확대되고 있다. CPTPP는 상품뿐만 아니라 서비스·투자, 전자상거래, 국영기업, 노동·환경 등 광범위한 분야에 높은 수준의 규범을 적용한다.

■韓 교역 4분의 1이 CPTPP 회원국

한국이 CPTPP 국가들과 이미 상당한 규모의 교역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가입 검토의 배경이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한국경제인협회가 연 국제세미나에서 제프리 쇼트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CPTPP 12개국 중 10개국과 개별 협정을 맺고 있으나 규율 범위가 제각각이고, 일본·멕시코와는 협정이 없다"며 "이를 포괄적으로 규율할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쇼트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과 CPTPP 회원국의 교역은 약 3410억달러 규모로, 전체 상품교역의 25%를 차지했다. 중국(2730억달러), 미국(1960억달러)과의 교역액을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도 특정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상 네트워크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 본부장은 최근 SNS를 통해 "지정학적 갈등과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속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더 이상 과거의 문법만으로는 오늘의 통상환경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상 네트워크 다변화와 개방형 복수국 협력 활용, 디지털·그린 등 미래 통상규범 형성 참여를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다만 정부는 아직 CPTPP 가입을 결정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농어업 등 민감분야의 피해 가능성이 여전히 최대 변수로 꼽힌다.

[email protected] 박지영 기자


#CPTPP #통상규범 #통상 네트워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통상교섭본부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