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고 다리 찢고 태극권까지… 가전쇼 새 주인공은 '로봇' [IFA 2026]
'로봇 온 더 런웨이' 11개사 참여
IFA 역대 최대 휴머노이드 등장
韓기업, 피지컬 AI 상용화 확대
2035년 로봇시장 3배↑ 562조
【파이낸셜뉴스 베를린(독일)=임수빈 기자】 #.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가 런웨이로 나와 춤을 추자 수많은 관람객이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태극권 동작을 선보이고, 다리를 좌우로 쭉 벌리는가 하면 진행자의 질문에 답하고, 관람객과 직접 소통하는 로봇도 등장했다. 판다를 본뜬 로봇이 무대에 오를 땐 환호와 박수도 터졌다.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6'에서 마련된 '로봇 온 더 런웨이'의 모습이다. 전통가전이 주인공이던 IFA의 무대 한가운데를 올해는 로봇이 차지한 셈이다.
102년 역사의 IFA에서 이제 TV나 냉장고만 보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올해 IFA에선 인공지능(AI)이 개별 가전의 기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집 안의 여러 기기와 공간을 연결하고, 로봇을 통해 현실세계에서 직접 움직이는 '피지컬 AI'로 영역을 넓혔다. 가전 신제품과 성능을 겨루던 전시의 중심축도 AI 홈과 로봇 등 미래 기술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런웨이 오른 로봇6일 업계에 따르면 4일 개막한 IFA 2026에선 로봇이 전시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IFA 측은 올해 역대 가장 많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전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로봇 온 더 런웨이'에는 엔진AI와 유니트리, 애지봇, 도봇 등 11개 업체가 참여했다. 약 1시간 동안 여러 로봇들이 잇따라 무대에 올라 각자의 움직임과 상호작용 기술을 선보였다. 행사 시작 전부터 무대 주변에 관람객이 몰려 이동이 어려울 정도였다.
런웨이를 벗어난 전시장에서도 로봇은 쉽게 마주칠 수 있었다. 유니트리 부스에서는 휴머노이드 'G1' 여러 대가 음악에 맞춰 동시에 춤을 췄다. 도봇이 IFA에서 처음 공개한 판다 로봇 '판다보'는 관람객들이 한번쯤 발걸음을 멈춰 사진을 찍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판매가격은 2999유로(약 470만원)로, 현장에서 만난 회사 관계자는 "이번 IFA를 위해 출시한 제품으로, 제품 구매 관련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고 귀띔했다.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실제 '일'에 초점을 맞춘 로봇도 눈에 띄었다. 유닉스 AI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두 팔로 정해진 순서에 따라 바리스타처럼 커피를 내렸다. 유닉스 AI 관계자는 "해당 로봇은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를 시작해 대학과 정부기관 등을 중심으로 1000대 이상 판매됐다"고 전했다.
■韓도 로봇 키운다…'쓸모'에 방점
올해 IFA에서 로봇의 존재감이 커진 배경에는 빠른 시장 성장세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기술 시장은 올해 1243억달러(약 168조원)에서 2035년 4162억달러(약 562조원)로 3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도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도 로봇을 미래 사업의 한 축으로 보고 기술 확보와 활용처 발굴에 나서고 있다. 화려한 동작을 보여주는 데 그치기보다 가정과 산업 현장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LG전자는 이번 IFA 부스 입구에 홈 로봇 'LG 클로이드'를 배치했다. 클로이드는 냉장고와 세탁기, TV 등 31대의 가전과 스크린으로 구성된 'AI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관람객을 맞았다. 궁극적으로는 집 안 환경과 사용자의 생활패턴을 이해해 가전을 제어하고 가사까지 수행하는 로봇으로 발전시켜 '가사노동 제로'에 가까운 AI 홈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백승태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솔루션(HS)사업본부장은 "클로이드는 현재 휠 형태지만 사람처럼 다리가 있는 플랫폼으로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도 로봇을 제조 현장 등에 실제 활용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로봇사업을 전담하는 RX(Robotics eXperience) 사업추진실을 신설하며 휴머노이드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고지능 다목적 휴머노이드 사업을 확장시킬 것"이라며 "경북 구미에 로봇 시험생산(파일럿) 라인과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하고, 해외 스타트업과의 협력 및 인수합병(M&A)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임수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