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兆 건보재정 놓고 복지부 vs 예산처 '팽팽'
'기금화'에 부처간 엇박자
복지부 "탄력성 실종" 예산처 "통제 필요"
연간 100조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국회가 어디까지 통제할 지를 놓고 보건복지부와 기획예산처가 엇갈린 입장을 드러냈다. 복지부는 건보재정을 국민연금처럼 기금화하자는 국회 요구에 난색을 보인 반면, 예산처는 "기금화가 필요하다"며 맞섰다. 내년 건보 국고지원이 13조8000억원까지 늘어나는 가운데 나랏돈 지원과 국회 통제의 균형을 둘러싼 논쟁이 커질 전망이다.
6일 국회에 따르면 최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의 기금화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예결위는 건강보험 재정의 민주적 통제를 위해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다른 사회보험과 같이 건강보험 재정을 기금화할 것을 요구했다.
복지부는 이에 반대했다. 이형훈 복지부 2차관은 해당 문구를 '국회 보고 등 외부 통제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감염병 등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건강보험 특성상 기금화하면 재정 운용의 탄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은 "100조원의 예산이 정부 총지출에서 빠진다"며 현행 구조의 문제를 지적했다. 건강보험료가 사실상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부담금이고, 재정 규모도 큰 만큼 국민연금·고용보험처럼 국회가 직접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 안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예산처는 복지부와 달리, "기금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소위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해외 사례 등을 추가로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등은 기금으로 운용돼 국회가 기금운용계획과 결산을 심의한다. 반면, 건강보험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회계로 운영돼 복지부가 예산·결산을 승인하는 구조다.
정부지원 문제에선 두 부처의 입장이 또 뒤바뀐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지원 확대 요구를 수용했으나 예산처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은 13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700억원이 늘어난다. 하지만 보험료 예상수입 대비 지원율은 14.4%로 법정 기준(20%)에 미치지 못한다.
건보재정도 압박을 받고 있다. 올해 1·4분기 수입은 22조4416억원, 지출은 26조3405억원으로 3조8989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말 30조2217억원이던 누적 수지는 26조3228억원으로 줄었다. 국고지원이 늘어나는 만큼 국회 심사 과정에서 건보재정의 통제 방식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mail protected] 김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