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제청 때마다 불거진 갈등… 역대 정권은 어떻게 풀었나
대통령·대법원장 제청권 놓고 번번이 대립
盧·李·尹 정부 모두 한발씩 양보 후 봉합
대법관 제청권과 임명권의 충돌 가능성은 구조적인 측면이 있다. 대법관 제청을 놓고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갈등은 여러 번 있었다. 그 때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한 발씩 양보해 봉합을 했을 뿐이다. 어느 쪽이 양보했는지는 정권마다 다르다.
노무현 정부 때 일이다. 당시 청와대는 보수적이고 획일적인 대법원을 바꾸라며 대법관 다양화를 요구했다. 이 와중에 소장 판사들이 대법관 후보군들에 반발해 연판장까지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청와대는 최종영 대법원장이 제시한 3명의 대법관 후보에 대해 거부의사를 내비쳤지만, 최 대법원장이 기존 후보군을 고수해 그 중 한명인 김용담 광주고법원장을 제청했고 청와대도 이를 수용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제청을 수용하는 대신 대법원 기능과 법관 인사제도를 손질할 사법개혁기구를 함께 만들기로 합의했다. 상호간 협의에 성공하면서 사법개혁에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과 이용훈 대법원장 사이에서도 이상기류는 있었다. 대법관제청자문위가 김용담 대법관 후임 후보 4명을 추천한 뒤 제청까지 보름가량 걸리면서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설이 불거졌다. 하지만 이 대법원장이 청와대를 찾아 민일영 청주지법원장을 제청했고 임명절차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도 충돌했다. 2023년 5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퇴임 예정 대법관 2명의 후임자로 8명을 추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그중에서 진보 성향의 여성 후보들을 제청하려고 했다. 청와대는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개적 신호를 보냈다. 법원 내부에서는 헌법에 없는 '제청 거부권'을 미리 휘두른다는 반발이 나왔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은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의 후보 2명을 제청, 파행을 피했다.
청와대가 "명백한 삼권분립 침해"라는 국민의힘의 반발에도 대법관 재제청을 요구한 것은 대법관이 갖는 위상 때문이다. 서울대 법대교수,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행정자치부(현 행안부) 장관을 역임한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저서 '헌법학원론'에서 대법관을 이렇게 규정했다.
"대법관은 우리나라의 최고법원이자, 기본권보호와 권력통제의 최후적 보장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대법원을 구성하는 요소로, 자체로서 헌법기관이다."
김규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