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성 강한 가챠·트레이딩 카드… 외국인 덕후까지 끌어들인다
일본 완구시장 6년 연속 성장 '10조 돌파'
인기 캐릭터 앞세워 수집 열풍까지 일으켜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 저출산으로 어린이 인구가 줄어드는 일본에서 완구시장이 6년 연속 성장하며 5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키덜트(kidult·어린이 취향의 장난감이나 캐릭터 상품을 즐기는 어른)'와 방일 외국인이 어린이를 대신해 완구업계의 큰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본완구협회에 따르면 2025년도(2025년 4월~2026년 3월) 완구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6.3% 늘어난 1조1664억엔(약 10조543억원)이었다. 증가액 690억엔 가운데 절반이 넘는 359억엔이 카드게임·트레이딩카드에서 나왔다. 이 시장은 2015년 960억엔에서 3384억엔(약 2조9170억원)으로 10년 만에 3.5배로 커졌다.
성인 소비 확대는 가계 지출에서도 확인된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연간 완구 지출은 2020년 5503엔에서 2025년 1만3004엔으로 136% 늘었다. 같은 기간 2인 이상 가구의 증가율은 20%에 그쳤다.
일본 완구 유통업체 하피넷은 지난해 5월 30일~6월 2일 18~60세 남녀 1만5875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조사를 실시했다. 이 가운데 자신을 위해 어린이 대상 완구를 구입한 1089명의 응답을 토대로 일본 키덜트 인구를 535만4000명, 시장 규모를 약 780억엔(약 6724억원)으로 추산했다. 1인당 연간 구입액은 평균 1만4574엔(약 12만5600원)이다. 트레이딩카드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키덜트의 지갑을 여는 가장 큰 동력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었다. '그리운 마음에 손이 갔다'는 응답이 48.6%로 가장 많았고 '어릴 때 사고 싶었지만 살 수 없었다'가 27.6%로 뒤를 이었다. 일부 품목에서는 구매를 중단했다가 성인이 된 뒤 다시 사기 시작한 소비자가 약 30%를 차지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시장 확대에 가세했다. 일본 토이저러스의 키덜트 전문점 고객 가운데 60~70%가 외국인이다. 지난 7월 문을 연 도쿄 우에노마루이점은 첫날 매출이 계획의 386%에 달했다. 토이저러스는 전체 매출의 약 10%인 키덜트 상품 비중을 5~10년 안에 30%로 높일 계획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전국 장난감 가게는 4035곳으로 1년 전보다 19.6% 늘었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서는 올해 1~4월 포켓몬 카드 등 트레이딩카드게임(TCG) 거래액이 전년 동기보다 5625% 급증했다. 어린 시절 포켓몬을 즐긴 20·30대가 구매력을 갖추고 수집시장에 뛰어든 영향이다.
일본은 수십 년간 쌓아온 캐릭터 지식재산권(IP)과 가챠·카드 교환에 익숙한 수집 문화를 앞세워 성인과 외국인을 끌어들이고 있다. 다만 일본 토이저러스의 키덜트 매출에서 중국산 비중이 현재 약 20%에서 향후 40%까지 높아질 전망이어서 일본 업체의 안방을 둘러싼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스와 다카히로 일본 토이저러스 상품담당 책임자는 "최근 3~4년 사이 중국이 완구와 컬렉션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