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8개월에 마라톤 풀코스 3시간 완주"…의사들이 "절대 따라 하지 마라" 경고한 이유 [헬스톡]
[파이낸셜뉴스] 임신 32주(8개월)의 만삭에 가까운 임신부가 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3시간 이내에 완주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상위 1% 여성 마라토너의 기록인 '서브3'를 임신 후기에 달성한 놀라운 사례지만, 의료계에서는 "특수한 사례일 뿐, 일반 임신부의 고강도 운동은 극도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오클라호마 출신의 아마추어 마라토너 알리 앤더슨(29)은 최근 열린 시드니 마라톤에서 2시간 59분 43초를 기록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통산 일곱 번째 풀코스 완주이자, 임신 13주 차에 개인 최고 기록(2시간 41분 58초)을 세웠던 보스턴 마라톤에 이어 임신 중 달성한 두 번째 완주다.
임신 사실을 알기 전 대회 등록을 마쳤던 앤더슨은 임신 후에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달리기는 일상의 큰 부분이었고, 몸에 익숙한 활동을 억지로 중단할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앤더슨은 담당 의사로부터 "위험 요인이 없고 신기록을 노리는 무리한 질주가 아니라면 계속해도 좋다"는 소견을 받았다. 실제로 그는 임신중독증이나 전치태반 등 고위험 합병증이 전혀 없는 건강한 상태였다.
의학적으로 건강한 임신부의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권장된다. 2019년 국제학술지 'BMC 임신과 출산'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임신 후기까지 운동을 지속해도 신생아 출생 체중에는 부정적 영향이 없었으며, 오히려 임신성 당뇨 예방 및 조산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적정 강도'의 운동일 때 해당한다. 마라톤 풀코스와 같은 극한의 고강도 유산소 운동은 신체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태아의 안전'과 직결되는 신체 변화다. 산모의 운동 강도가 최대 심박수의 90%를 넘어서면 전신 근육으로 혈류가 쏠리면서 자궁과 태반으로 공급되는 혈액량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태아에게 산소가 원활히 공급되지 못해 심박수가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저산소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장시간 레이스로 인한 체온 상승 역시 태아 발달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요인이다. 산모의 중심 체온(심부열)이 38.3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양수 온도가 함께 상승해 태아의 신경계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42.195km를 완주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극심한 탈수는 자궁 근육의 불규칙한 수축을 자극해 조기 진통으로 이어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산모 본인의 신체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임신 중에는 출산을 돕기 위해 골반을 이완시키는 호르몬인 '릴랙신'이 다량 분비되는데, 이는 동시에 온몸의 관절과 인대를 느슨하게 만든다. 특히 임신 후기에는 체중 증가와 복부 팽만으로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기 때문에, 이 상태에서 장거리를 무리하게 달릴 경우 무릎과 발목 관절 손상은 물론 낙상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높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산부인과 및 스포츠의학 가이드라인은 임신 32~36주 차 후기에는 무리한 달리기 대신 '가벼운 조깅이나 걷기' 위주의 중등도 운동(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수준)을 하루 30분, 주 3~5회 지속할 것을 권고한다.
앤더슨의 완주가 가능했던 이유는 엘리트급 기량을 갖춘 숙련자였고, 자신의 한계치까지 밀어붙이지 않는 '페이스 조절'과 '전문의의 사전 진단'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앤더슨 역시 "자주 달리는 사람은 몸 상태를 잘 안다. 과부하 신호가 오지 않도록 몸에 집중했다"며 이번 대회를 끝으로 출산 전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전문의들은 "임신 전부터 꾸준히 고강도 운동을 해오지 않은 일반 임신부가 마라톤이나 크로스핏 등 극한의 운동에 도전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며 "운동 중 어지럼증, 질 출혈, 호흡 곤란, 배 뭉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중단하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