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공정 뺐다… '탄소 가루 2종'으로 전기차 배터리 용량 20% 향상
고려대 윤영수 교수팀, 흑연·하드카본 배합 기술 개발
완제품 테스트서 용량 21.8%·충전속도 14% 향상
[파이낸셜뉴스] 비싼 첨단 설비나 복잡한 화학 공정 없이, 기존 배터리 소재 가루를 단순히 섞기만 해도 배터리 용량과 충전 속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실제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소재와 결합해 완성품 형태로 시험한 결과, 기존 배터리보다 한 번에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양은 20% 이상 늘어나고 충전 속도는 14% 빨라졌다.
고려대학교는 KU-KIST융합대학원 윤영수 교수 연구팀(제1저자 김시온 석사과정)이 리튬이온전지 음극 소재인 '흑연'과 '하드카본'을 단순히 물리적으로 섞어 성능을 대폭 끌어올렸다고 7일 밝혔다. 연구팀이 이 혼합 음극을 현재 대표적인 전기차용 양극재(NCM811)와 결합해 배터리 완제품 형태로 제작해 평가한 결과, 기존 흑연 배터리 대비 에너지밀도는 21.8%, 배터리가 힘을 내거나 빠르게 충전되는 속도를 나타내는 출력밀도는 14% 향상됐다.
이번 기술은 제조 현장에 곧바로 적용하기 쉽다는 점에서 높은 경제적 가치를 평가받는다. 통상 배터리 성능을 높이려면 값비싼 신소재를 합성하거나 복잡한 코팅 공정을 거쳐야 해 생산 단가가 크게 뛴다. 반면 연구팀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두 탄소 가루를 그대로 섞는 일반적인 방식을 택해, 기존 배터리 생산 설비를 바꾸지 않고도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원리는 두 소재의 '품앗이 효과'에 있다. 현재 널리 쓰이는 흑연은 전기를 안정적으로 오래 담지만,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급속 충전을 하면 리튬을 제때 받아들이지 못해 저장량이 급감하거나 불이 날 위험이 있었다. 반면 하드카본은 고속 충전은 잘되지만 충전이 중간에 조기 중단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두 가루를 섞자, 흑연은 하드카본이 전기를 끝까지 가득 채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하드카본은 급속 충전 시 흑연으로 몰리는 전류 부담을 덜어주며 서로의 단점을 지워냈다.
실험 결과, 최적 비율로 섞은 복합 음극은 일반적인 충전 조건에서 그램(g)당 약 500밀리암페어시(mAh)의 높은 용량을 보였다. 평소보다 전류를 16배나 빠르게 밀어 넣는 초고속 충전 상황에서도 351 mAh/g의 용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email protected] 김만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