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 배터리 음극 소재를 100℃ 이하로 구웠다
건국대, 배터리 원가 낮추고 용량 키운 새 음극재 기술 개발
[파이낸셜뉴스] 엄청난 열을 가하지 않고도 물이 끓는 온도보다 낮은 100℃ 이하에서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 핵심 소재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제조 공정에서 에너지를 덜 써 배터리 생산 단가를 낮추면서도, 저장 용량과 수명은 대폭 끌어올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기술로 주목받는다.
건국대학교는 화공생명에너지공학부 조한익 교수와 중앙대 박해선 교수 공동 연구팀이 100℃ 이하의 저온 공정만으로 차세대 음극 소재인 '이산화망간'의 성능과 안정성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음극재는 배터리를 충전할 때 리튬이온을 저장했다가 방전될 때 내보내는 핵심 부품이다. 연구진이 주목한 '망간'은 지구상에 매장량이 풍부해 가격이 저렴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적어 기존 흑연 음극재를 대체할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전기가 잘 통하지 않고 충전과 방전을 거듭할수록 구조가 쉽게 무너지는 고질적인 약점이 발목을 잡아 왔다.
연구팀은 탄소 소재인 '그래핀옥사이드'와 이산화망간을 섞은 뒤, 100℃ 이하 저온에서 화학 반응을 유도해 문제를 해결했다.
핵심 비결은 소재 내부에 인위적으로 만들어 넣은 '원자 크기의 빈자리'다. 연구팀은 망간 소재 내부에서 산소 원자 일부를 빠져나가게 해 빈 구멍(산소 공공)을 촘촘히 뚫었다. 이 빈 구멍이 전극 안에서 전도성을 높이고 리튬이온이 막힘없이 드나들 수 있는 일종의 '고속도로' 역할을 해준다.
과거에는 이러한 빈 공간을 만들기 위해 수백 도 이상의 고온 열처리나 복잡한 화학 공정을 거쳐야 해 많은 전기에너지가 들고 소재가 타거나 손상되는 문제가 있었다. 반면 연구팀은 낮은 온도에서 반응 조건만 조절해 손상 없이 빈자리를 구현했으며, 그 결과 이론상 저장할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까운 수준의 배터리 용량을 달성했다.
배터리의 수명과 내구성도 잡았다. 연구진은 저온 열처리를 거쳐 망간과 그래핀이 맞닿는 접착면을 단단히 결합했다. 이를 통해 충전과 방전을 수없이 반복해도 전극 구조가 팽창하거나 깨지지 않도록 막아 안정적인 성능을 오래 유지하도록 했다.
조한익 건국대 교수는 "기존 고온 공정과 비교해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이면서도 소재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설계 전략을 제시했다"며, "이산화망간뿐 아니라 다양한 금속산화물 배터리 복합 소재에도 널리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건국대 이선영 박사과정생, 김명균 연구원과 중앙대 신종훈 석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에너지 저장 저널(Journal of Energy Storage)'에 게재됐다.
[email protected] 김만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