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3000곳 넘는 중국…똘똘한 소수로 맞서야" [살아나는 반도체 분업(下)]
국내 120곳에 그쳐 경쟁 한계
"인수합병 통해 기업 질 높여야"
기술 국산화 힘든 환경도 지적
대기업 협력·인프라 확충 필요
한국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의 숫자를 늘리는 데 매달리기보다 '될 기업'을 골라 집중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중국처럼 수천개의 팹리스를 보유한 국가와 양적 경쟁을 벌이기 어려운 만큼 인수합병(M&A)과 대기업 연계 등을 통해 경쟁력 있는 팹리스를 육성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무형 인재 양성과 반도체 설계·검증 인프라 확충도 병행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7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시스템반도체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3% 수준에 불과하다"며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국내 팹리스 시장에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팹리스가 3000곳이 넘는 데 반해 국내 팹리스는 120개 수준에 불과한 만큼 기업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경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양으로 늘리는 건 게임이 안 될 수 있다. 결국은 똘똘한 팹리스를 우리가 어떻게 잘 키우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라며 "팹리스 기업 수가 40~50개로 줄어들더라도 M&A 등을 통해 실력 있는 기업으로 키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기업 등 수요기업과 팹리스를 반도체 개발 초기 단계부터 연결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산 시스템반도체가 개발되더라도 실제 제품에 채택되지 않으면 팹리스가 성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도 오는 2030년까지 총사업비 8000억원 규모로 'K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에서는 수요 대기업과 팹리스가 함께 상용화 가능한 수준의 시제품을 개발하는 작업도 진행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시스템반도체 국산화가 잘 안 되는 이유는 결국 대기업이 팹리스 제품을 안 쓰기 때문"이라며 "대기업과 팹리스를 묶어 함께 협업하고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장에 맞는 인재 양성도 시스템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혔다. 특히 반도체 설계뿐 아니라 이를 실제 제품에서 구동하기 위한 시스템 소프트웨어 인력을 함께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AI 반도체에서 칩(하드웨어) 자체보다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로 더 크다. 그래서 칩을 잘 구동시키기 위한 시스템 소프트웨어 인력을 키우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대학에서도 기업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키우는 방향으로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 역시 산업계 수요에 맞춰 대학 교육과 실습 환경을 보다 현장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팹리스나 파운드리 기업 취업을 원하는 학생을 육성하려면 교육 현장부터 반도체 설계 툴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과 연계한 산학협력 등을 통해 해당 기업 취업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일종의 계약학과와 비슷한 학과 운영도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뿐 아니라 팹리스 개발을 뒷받침할 인프라 확충 방안도 제시됐다. 팹리스와 대학·연구소가 설계한 반도체를 낮은 비용으로 제작·검증할 수 있도록 공공 파운드리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실제 반도체를 제작하고 검증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공공 파운드리 구축을 통해 제작과 검증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공공 파운드리를 구축한 뒤 대학과 연구소, 팹리스 기업이 충분히 활용한다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강경래 임수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