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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석학 없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파이낸셜뉴스
김만기 전국부 차장
김만기 전국부 차장

정부가 추진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첫 패키지 지원 대상으로 부산대, 전남대, 충남대 3곳이 선정됐다. 대학 한 곳당 연간 최대 1000억원 안팎, 5년간 수천억원의 나랏돈이 투입되는 매머드급 프로젝트다.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방 소멸의 벼랑 끝에서 거점국립대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우겠다는 이번 구상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결코 실패해선 안 될 절박한 과제다.

그러나 담대한 청사진이 결실을 맺기 위해선 풀어야 할 본질적인 숙제가 있다. 바로 연구중심대학을 지탱하는 '인재 생태계' 구축이다.

연구중심대학의 진짜 엔진은 학부생이 아니다. 밤낮으로 실험실 불을 밝히며 연구를 수행하는 석·박사 과정생과 박사후연구원(포닥), 그리고 이들을 이끌 최상위급 교수진이다. 젊은 연구자들에게 지도교수는 평생의 커리어를 좌우하는 연구책임자이자 학술적 보증수표다. 권위 있는 해외 유수 학술지에 이름을 올리고, 글로벌 연구소나 교수로 도약하기 위한 네트워크는 해당 분야 최고 권위자 밑에서 만들어진다.

결국 이 사업의 성패는 국내외 최상위급 석학을 지방 거점대로 얼마나 모셔오느냐와 직결돼 있다. 뛰어난 교수가 있어야 유망한 대학원생과 포닥이 모여들고, 우수한 연구인력이 뒷받침돼야 교수의 연구력도 극대화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특성화 융합연구원 소속 교원의 지원금 한도를 풀고, 연구진 동반영입 지원과 함께 승진·정년보장 심사를 서울 주요 사립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 보수·평가 체계 개편을 약속했다. 국립대의 경직된 호봉제 틀을 깨겠다는 방향성은 분명 올바른 진단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국내 최고 수준의 대우를 자랑하는 4대 과학기술원조차 최근 6년간 162명의 교원이 연구실을 떠났다. 전체의 12%에 달하며, 절반은 수도권 대학으로 향했다. 해외에서는 파격적인 급여와 주택을 내세워 국내 핵심 과학자를 영입한다. 4대 과기원조차 인재유출을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규제를 풀었다'는 수준을 넘어선 실질적 유인책이 절실하다.

세계적 석학을 모셔올 수십억원대 초기 연구 정착금과 정주여건, 그리고 이들과 함께 밤을 새울 국내외 포닥·대학원생들을 위한 파격적인 장학 펠로십이 패키지로 맞물려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판을 바꿀 기회다. 모처럼 마련된 막대한 재정이 화려한 건물에 머물지 않고, 세계적 연구진을 지방으로 끌어모으는 강력한 자석이 되도록 정부의 과감하고 정교한 후속 실행력을 기대한다.

[email protected]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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