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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매수 전환…골드만 "유가, 120달러 간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호르무즈 해협, 다시는 정상화 안 돼"

[파이낸셜뉴스]

이란 반다르아바스 연안 호르무즈 해협에 7일(현지시간) 짙은 해무가 낀 가운데 정박한 대형 선박들 주변을 소형 보트들이 지나가고 있다. AP 연합
이란 반다르아바스 연안 호르무즈 해협에 7일(현지시간) 짙은 해무가 낀 가운데 정박한 대형 선박들 주변을 소형 보트들이 지나가고 있다. AP 연합

국제 유가가 7일(현지시간)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인질로 잡은 이란에 끌려다니면서 전쟁 수렁에 빨려 들어가는 가운데 공급 차질 우려가 유가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긴장 고조 속 유가 100달러 시대 임박

이날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11월 인도분은 장중 배럴당 98.06달러까치 뛰었다. 미국 유가 기준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도 배럴당 93.29달러까지 올랐다.

브렌트유가 장중 98달러를 넘은 것은 7월 말 이후 처음이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미 해군 전함 2척에 미사일을 쏘고, 그 보복으로 미군이 이란 유조선 3척을 공격해 무력화한 뒤 추가 공급 차질 우려가 불거졌다.

7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지잔의 사우디 아람코 석유 설비가 공격받았다.

글로벌 리스크 매니지먼트 수석 애널리스트 아른 로먼 라스무센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는 심각한 (긴장) 고조"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이제는 걸프 외곽에서 선박 간 석유 환적에 차질이 빚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면서 이 환적은 최근 수개월간 석유 시장의 생명줄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환적까지 막히면 시장 공급 차질이 심화한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배럴당 120달러"

국제 유가는 4월 말 배럴당 126달러까지 치솟았다가 7월 초에는 70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가 종전 합의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그러나 양측이 다시 서서히 긴장을 높이면서 유가는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특히 지난 2월 28일 전쟁 발발 이후 각국이 유가 폭등을 잡겠다며 전략비축유(SPR)를 대대적으로 방출해 시장 안전판이 약해졌다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유가 오름세는 가팔라졌다.

골드만삭스 글로벌 상품전략 공동 총괄 댄 스트루이벤은 7일 블룸버그 TV와 인터뷰에서 "선박에 대한 공격이 확대되고 강화된다면"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최근 며칠 동안 일련의 사건들로 볼 때 이런 전망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간 보던' 상품 펀드·중국도 매수로 전환

컨설팅 업체 에너지 애스펙츠는 이란 전쟁 뒤 유가 하락에 베팅하거나 주변에만 머물던 상품 펀드들이 지금은 "강세 전망으로 돌아섰다"면서 "이는 주로 글로벌 비축유가 임계점에 접근했다는 관측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이외 지역의 비축유가 전쟁 발발 뒤 4억배럴 넘게 감소했고, 해상 유조선에 실린 석유 규모도 "수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스파르타 상품의 준 고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중국도 최근 시장에 재진입했다. 전쟁 초기 유가가 뛰던 시기, 중국 구매자들은 구매를 3분의 1을 줄이고, 대신 비축유를 풀었다. 덕분에 유가 상승세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다시 매수로 돌아섰다는 것은 유가 상승 압력이 전쟁 초기보다 심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고 애널리스트는 중국 구매자들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와 사우디 석유로 발길을 돌렸다면서 더 이상 러시아와 이란 석유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메이저 석유 거래 업체 경영진은 유가가 "우상향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며 "서서히 오를지, 아니면 급속히 오를지 속도만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매자들이 그동안 전쟁 종식 기대로 구매를 꺼렸지만 "이제는 어느 한쪽이 부러져야" 시장이 균형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유 가격이 치솟거나 석유 제품 값이 정말로 높이 뛰어 공급과 균형을 이루도록 수요가 줄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유, 원유보다 2배 비싸...역대 최초

일부 정유 제품 가격은 이미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미 경유 도매가는 지난달부터, 유럽 도매가는 지난주부터 원유 가격보다 배럴당 100달러 이상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마틴 랫츠는 "정유 제품으로 보면 우리는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경유 가격이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이 바로 그렇다. 경유는 원유보다 2배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그런 적은 지금껏 없었다"고 말했다.

정유 제품 가격이 치솟는 주된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혔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정유 제품은 수송이 어려워졌고, 일부 정유 설비는 잦은 공격을 받아 가동이 차질을 빚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 설비를 공격하며 국제 시장 공급을 옥죄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6일 밤 러시아 페름 지역과 타타르스탄 정유 설비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잇단 드론 공격으로 인해 러시아 정유 능력은 30% 넘게 사라졌다.

"호르무즈 정상화, 영원히 없다"

당초 단기전을 예상했던 석유 중개인들은 이제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이란 전쟁이 과거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갈 수 있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한 중개업체 경영진은 이제 기본 시나리오는 호르무즈 해협이 "결코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전쟁 이전처럼 하루 2000만배럴이 이 해협을 통해 공급되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영국은행(BOE)과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스펜서 데일 런던경제대(LSE) 교수는 그동안 유가가 예상보다 낮은 수준을 지속한 것은 우려와 달리 호르무즈를 통해 꾸준히 원유가 공급되고, 비축 원유도 꾸준히 시장에 공급된 덕이라고 설명했다.

데일은 그러나 "비축유를 무한정 까먹을 수는 없다"면서 "6개월 전 석유 전문가 100명에게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면, 유가가 여전히 100달러 미만에 머물 것이라고 답했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이 비정상이며 배럴당 100달러 유가 시대는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email protected]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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