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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맞으면 10년 더 산다?"…근력·기억력까지 좋아진다는 '뜻밖의 연구' [헬스톡]

성민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사진=뉴시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체중 감량을 넘어 노화 자체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네이처지, 고령 암컷 생쥐 대상 노화 효과 분석 게재

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대 UC버클리와 덴마크 코펜하겐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생후 20개월 된 고령 암컷 생쥐를 대상으로 세마글루타이드의 노화 관련 효과를 분석했다. 생후 20개월은 사람으로 치면 60대에 해당한다.

세마글루타이드를 매일 투여한 생쥐 40마리의 중앙수명은 834일로 나타났다. 생리식염수를 투여한 대조군 39마리의 742일보다 92일, 12%가량 길었다.

기대수명이 약 83세인 영국 여성을 기준으로 이 증가 폭을 단순 대입하면 9~10년에 해당한다. 90세를 넘겨 사는 수준이다.

수명·신체기능·인지기능까지 변화 관찰

수명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약물을 투여받은 생쥐들은 새로운 공간에서 더 활발히 움직였고, 회전 막대 위 균형 유지 능력과 철망 매달리기 근력, 달리기 지구력 등 신체 기능도 개선됐다. 공간 기억력 등 인지 기능에서도 변화가 관찰됐다.

체내에서는 만성 염증과 세포 노화, 줄기세포 고갈, 유전체 불안정,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가 완화됐다.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뇌 해마의 '치아이랑'에서는 신경줄기세포 활동과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이 늘었다.

관건은 이 변화가 약물 자체의 효과인지, 식욕이 줄어 적게 먹은 결과인지였다.

연구팀은 별도 실험에서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과 먹이 칼로리를 24% 줄인 생쥐를 5개월간 비교했다. 칼로리 제한 폭은 투여군이 약물 투여 후 스스로 줄인 섭취량에 맞췄다.

두 집단은 비슷한 수준으로 체중이 줄었고 여러 생리 지표도 유사했다. 갈린 것은 그다음이었다.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은 탐색 행동과 공간 기억력, 혈당 조절 능력이 기존 수준보다 향상됐다. 반면 칼로리만 제한한 집단은 대체로 기존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대사 반응도 달랐다. 칼로리 제한군은 산소 소비량과 에너지 소비량이 떨어졌지만,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은 정상적인 대사율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마글루타이드 효과, 식사량뿐 아니라 노화에도 영향 가능성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의 효과가 식사량 감소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 노화와 관련된 생물학적 과정에 별도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약물로,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주성분이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조절하고 포만감을 높여 식욕을 억제한다.

그동안 이 약물은 심혈관계와 신장, 간 등 여러 질환에서 효과가 보고돼 왔다. 연구팀은 하나의 약물이 서로 다른 질환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배경에 노화 과정이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라파엘 데 카보 수석 연구원은 "대부분의 만성 질환은 노화 과정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GLP-1 계열 약물이 실제 노화를 지연시킨다면 여러 건강상 이점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실험이 고령 암컷 생쥐를 대상으로 진행됐고, 사람과 생쥐는 생리 구조와 수명, 생활환경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수컷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 사람이 장기간 복용할 경우 수명이나 건강수명이 실제로 늘어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email protected] 성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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