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 전통 수교국의 품격 '참전 혈맹' 필리핀과 보훈·국방 다각화 나선다
권오을 보훈장관, 방한한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과 보훈·방산 협력 논의
6·25 전쟁 '율동전투 영웅' 고(故) 콘라도 디 얍 대위 후손에 기념패 헌정
전쟁 폐허 속 '쌀과 재건' 도왔던 필리핀 'K-방산·유엔 공조' 핵심축으로 진화
[파이낸셜뉴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춥고 배고프던 시절, 선뜻 쌀을 보내고 아시아 최고의 실내체육관(장충체육관)을 짓도록 기술과 자금을 지원해 주었던 나라가 있다. 바로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우리와 수교하고 6·25 전쟁에 7420명의 정예 병력을 파병했던 필리핀이다. 과거 일방적인 원조를 받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필리핀의 바다와 하늘을 지키는 국방·방산 강국으로 성장해 미래 안보를 함께 설계하는 '호혜적 파트너'로 거듭나고 있다. 국가보훈부가 서울안보대화를 계기로 방한한 필리핀 국방장관을 맞아 이러한 외교·안보적 신뢰의 뿌리인 '국제보훈'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고히 다졌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8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서울안보대화(SDD)를 계기로 방한한 길베르토 C. 테오도로 주니어(Gilberto C. Teodoro Jr.) 필리핀 국방장관을 접견하고, 양국의 보훈 분야 협력과 이를 매개로 한 국방·방산 분야의 발전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번 접견은 단순한 외교적 의례를 넘어 지난 3월 국가보훈부와 필리핀 국방부가 체결한 '참전용사 예우 강화 양해각서(MOU)'의 실질적인 후속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 마련됐다. 권 장관은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 필리핀 참전용사들이 보여준 희생에 깊은 사의를 표명했다.
특히 접견 직후에는 6·25 전쟁 당시 필리핀 군의 대표적 승전인 율동전투(1951년 4월 22일~23일)에서 중공군의 공세를 저지하고 전우를 구출하다 전사한 고(故) 콘라도 디 얍(Conrado D. Yap) 대위의 손녀에게 '이달의 6·25 전쟁영웅' 선정 기념패를 전달하는 뜻깊은 수여식이 진행되어 감동을 더했다. 얍 대위는 2018년 우리 정부로부터 우리 군 최고의 영예인 태극무공훈장을 수여받은 바 있다.
역사적으로 필리핀은 한국이 가장 어려웠던 시절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6·25 전쟁 당시 육군 7420명을 파병해 468명의 고귀한 희생을 치렀을 뿐만 아니라, 정전 이후에도 가난에 시달리던 한국에 경제적 원조와 자금을 지원했다. 과거 우리 기술로 지을 수 없었던 장충체육관의 설계와 건축을 필리핀 엔지니어들이 주도했던 일화는 양국 우정의 상징적인 미담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역사적 자양분은 최근 국제 정치학과 방산 분야에서 거대한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필리핀은 아세안(ASEAN) 국가 중 한반도 평화 유지와 유엔사령부(UNC)의 정전협정 이행을 지지하는 핵심 우방국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양국의 교역량은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며, 국제 무대에서도 굳건한 외교적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부신 변화는 국방·방산 협력이다. 과거 필리핀의 원조를 받던 한국은 이제 필리핀 군 현대화 사업의 핵심 공급국이 되었다. 한국이 수출한 FA-50PH 경공격기는 필리핀 공군력의 주축이 되어 활약 중이며, 해군 역시 한국산 호위함과 원해경비함(OPV)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 해군이 퇴역 포항급 초계함을 필리핀에 공여하는 등 다각적인 연합 훈련과 군사 교류가 이어지며 양국은 명실상부한 '전략적 동반자'로 자리매김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76년 전, 대한민국의 평화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얍 대위를 비롯한 필리핀 참전영웅들의 희생 덕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며 "혈맹으로 맺어진 필리핀 정부와의 보훈협력은 물론, 참전용사 재방한 초청 등 다양한 국제보훈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