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상충하는 두 진단 갈림길… 한쪽 택했다고 과실 아냐"
업무상과실치상 기소 피부과·소아과 전문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호산구 수치 정상… 약물과민반응 확진 어려웠던 상황" 설명의무 위반 인정돼도 "과실과 상해 사이 인과관계 증명 안돼"
[파이낸셜뉴스] 상충하는 2개의 진단 가능성 앞에 놓인 의사가 어느 한쪽을 택해 치료했다면, 오직 하나의 합리적인 진료방법만 존재했고 그 선택이 거기서 벗어났다는 점이 증명돼야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최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피부과 전문의 A씨(70)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B씨(56)에게 각각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의료과실 형사사건에서 검사가 과실과 인과관계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또 상충하는 진단 가능성 사이에서 의사에게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
사건은 2013년 7월 등 부위 피부발진으로 경기 고양시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C양(당시 12세)에게 A씨가 '답손'을 처방하면서 시작됐다. 답손은 독성간염 등 부작용이 있어 투약 전후 정기적으로 혈액검사와 간기능검사를 해야 하고, 환자나 보호자에게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알릴 의무도 따른다. A씨는 검사를 하지 않았고 설명도 하지 않았다.
C양은 그해 7월 31일께 고열 등 증세로 같은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 담당의였던 B씨는 스테로이드 투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협진 회신을 두 차례 받고도 투여와 중단을 반복했다. C양은 8월 말 전격성 간부전으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간이식을 받은 뒤 간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
쟁점은 B씨가 C양의 증세를 약물과민반응증후군으로 인식하고도 지속적인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행하지 않은 것인지, A씨의 검사·설명의무 위반과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였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씨만 유죄로 보고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에 대해서는 스테로이드를 투여해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고 면역력 저하와 부작용 우려도 있었던 만큼, 투여를 보류하고 다른 처치를 한 것을 형사처벌할 과실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1차 협진 회신 이후에는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을 강력히 의심할 상황이었다며 B씨도 유죄로 뒤집었다.
대법원은 두 사람 모두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호산구 수치 증가는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의 핵심 진단 지표인데, 피해자는 응급실에 입원할 때까지 정상범위 상한을 한 번도 초과하지 않았다"며 확진을 어렵게 한 유력한 사정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스테로이드를 투여하자 백혈구 수치와 염증지표 CRP 등이 급증해 중증세균감염증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재판부는 B씨가 약물과민반응증후군과 세균·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상충하는 두 가능성 사이에서 각 진료방법의 위험과 이익을 임상적으로 비교해 최선의 방법을 적시에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오직 하나의 합리적 방법만이 존재했고 B씨가 선택한 진료방법이 그로부터 벗어났다는 사실이, 법관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A씨에 대해서는 검사를 하지 않고 설명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그런 과실이 없었다면 상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까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여러 검사를 통해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었으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