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美봉쇄에 원유 수출 막힌 이란… 경제 고사 위기

이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원유 7월 이후 봉쇄선 못넘어
리알화 폭락하고 고물가 심화
이란 前대통령, 종전 투표 제안

미국의 해상봉쇄와 강도 높은 경제 제재로 이란 경제가 질식 수준으로 내몰리고 있다. 원유 수출길이 막히면서 핵심 자금줄이 끊긴 데다 리알화 가치 폭락과 고물가까지 겹쳤다. 그러나 경제적 압박이 이란의 굴복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군사적 반발과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해운 데이터업체 케플러를 인용해 지난 7월 미국이 해상봉쇄를 재개한 이후 이란산 원유가 단 한 방울도 봉쇄선을 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지난달 페르시아만 내 선박에 하루 25만5000배럴의 원유를 새로 적재했지만, 이 물량은 봉쇄선을 넘지 못한 채 묶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봉쇄선 밖 선박에 실려 있는 이란산 원유는 약 2900만배럴에 불과하다. 케플러는 하루 약 100만배럴이 중국 등으로 향하고 있는 만큼 남은 물량도 다음 달 중순께 고갈될 것으로 추정했다.

원유 수출은 이란의 핵심 수입원이다. 이란 국가 예산의 약 3분의 1이 원유 판매 대금으로 충당되며, 이란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이슬람혁명수비대를 비롯한 군 재정 역시 원유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이 이란과 거래하는 은행을 표적으로 삼으면서 이미 판매한 원유 대금을 회수하는 것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원유 수출까지 막히면서 이란은 고사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리알화 가치가 폭락하고 수입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도 심화하고 있다. 공식 인플레이션율은 80%를 웃돌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란 경제가 5.4%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980년대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하지만 이 같은 경제적 압박에도 이란이 굴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CNN방송은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을 접고 제재 강화와 해상봉쇄, 군사 타격을 이어갈 경우 이란을 굴복시키기보다는 군사적 확전으로 내몰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외교적 해법을 사실상 배제하고 제재 강화와 해상 봉쇄, 군사 타격을 병행하며 이란 경제를 '질식'시키는 길을 택했다. 6월 종전 양해각서(MOU)가 실패한 데 이어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마저 사실상 사라지면서 이란 내에서는 강경파 군부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

이란은 지난 6개월간 예상보다 강한 군사적 저항 역량을 보여줬고, 수십 년간 이어진 미국의 경제 제재를 견디거나 우회하는 방법도 축적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이란 정권은 미국보다 국민의 경제적 고통에 덜 흔들리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이란 국민의 봉기 가능성 역시 극히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하산 로하니 이란 전 대통령은 전쟁 종식 여부를 국민에게 묻자고 제안해 눈길을 끈다. 8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로하니 전 대통령은 최근 한 행사에서 "국가적 목표의 틀을 우리가 먼저 명확히 정하고 이를 국민에게 제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국민이 받아들인다면 기꺼이 전쟁을 계속하고,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이석우 국제전문기자


#해상봉쇄 #미국 #이란 #제재 #경제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