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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스무고개 넘기 같은 대출 규제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지윤 금융부
서지윤 금융부

"5년여 전 대출규제가 쏟아지면서 상담을 오는 고객들에게 스무고개를 하듯 질문해야 했어요. 그때도 복잡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더 심해졌죠."

한 은행원은 주택담보대출 상담 과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과장이 아니다. 규제지역인지, 가격은 얼마인지, 무주택자인지 유주택자인지부터 묻는다. 본인뿐 아니라 세대원의 주택 보유 여부도 봐야 한다. 여기에 실제 거주할 것인지, 언제 매매계약을 맺었는지도 따진다. 그 뒤에야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계산할 수 있다. 이마저도 끝이 아니다. 은행별 가계대출 총량 한도까지 고려해야 한다.

규제가 겹겹이 쌓이다 보니 이를 보완하기 위한 예외규정도 함께 늘어났다. 8·13 대책에서는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원칙적으로 금지된 주택매매·임대사업자 주담대의 예외를 일부 확대하고, 불가피하게 과거 주택 소유 이력이 생긴 경우 생애최초 요건을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도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별도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봤다.

문제는 규제를 만들고 다시 예외를 붙이는 과정이 반복될수록 대출 가능 여부를 고객 스스로 가늠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은행원조차 새 규정과 경과조치, 예외 사유를 따라잡기 버겁다면 금융소비자가 이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더 어렵다.

집값은 오르는데 대출은 안 나오니 무주택자 입장에선 그림의 떡이다. 한 30대 직장인은 "분노를 넘어 이제는 무관심에 가깝다"며 "강남 집값이 50억원이 되든 비강남 아파트가 10억원을 넘든 내 입장에서는 달라지는 게 없다"고 자조했다. 결혼 시기가 출발선을 갈랐다는 자조도 나온다. 불과 1~2년 먼저 결혼해 대출이 가능할 때 집을 산 사람과, 집값 상승 뒤 대출문턱까지 높아진 시점에 결혼한 사람 사이의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는 것이다. 부부의 절대적인 소득보다 어느 정부 때 결혼을 했느냐가 주택 여부를 결정한 셈이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대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투기 목적의 과도한 차입을 막고 상환능력에 맞는 대출 관행을 정착시키는 것 역시 필요하다. 그러나 수수께끼식 대출은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실수요자가 몇 년 뒤에도 자신의 자금계획을 예측할 수 있을 만큼 규칙을 단순하고 일관되게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규제가 언제 또 바뀔지를 걱정해야 하는 시장이라면, 정책 취지도 무색해진다.

[email protected] 서지윤 금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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