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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 끼고 손가락만 까딱… 전파로 움직임 읽는 '스마트 섬유' 나왔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한양대 유형석 교수팀, 별도 센서 부품 없이 섬유 회로로 4개 손가락 동시 감지
복잡한 AI 없이도 디지털 명령 변환…웨어러블·로봇 제어 기술 혁신

왼쪽부터 교신저자인 유형석 한양대학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와 제1저자인 Amir Sohail 연구원. 한양대 제공
왼쪽부터 교신저자인 유형석 한양대학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와 제1저자인 Amir Sohail 연구원. 한양대 제공

[파이낸셜뉴스] 천으로 만든 장갑을 끼고 손가락을 까딱이는 것만으로 컴퓨터나 기계를 조작할 수 있는 차세대 스마트 섬유 기술이 개발됐다. 무거운 센서 칩을 덕지덕지 붙이지 않고 옷감 자체에 새긴 전파 회로만으로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을 읽어내는 방식이다.

한양대학교는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유형석 교수 연구팀이 장갑 원단에 전파 회로를 결합해 네 손가락의 움직임을 동시에 읽어내고, 이를 디지털 명령으로 바꾸는 웨어러블 센서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기존의 모션 인식 장갑은 손가락 마디마다 별도의 감지 센서 부품과 배선을 촘촘히 달아야 해 착용감이 뻣뻣하고 제품 단가가 비싸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신호를 여러 갈래로 나누는 '전력 분배기' 회로 자체를 움직임 센서로 활용하는 역발상으로 문제를 풀었다.

부드러운 면직물 위에 전파가 흐르는 미세한 길(회로)을 만들고, 이 길을 검지와 중지, 약지, 새끼손가락을 따라 연결했다. 손가락을 굽히거나 펴면 회로 모양이 휘어지고 손가락 인체 조직과 반응하면서 전파 신호의 크기가 미세하게 변한다. 연구팀은 이 변화를 포착해 별도 감지 장치 없이도 네 손가락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판별해냈다.

전력 소모와 데이터 처리 부담을 크게 줄인 점도 돋보인다. 고성능 컴퓨터와 복잡한 인공지능(AI)을 돌릴 필요 없이, 손가락을 펴고 굽히는 상태를 컴퓨터의 기본 언어인 '1'과 '0'으로 인식하게 설계했다. 이를 조합해 0부터 10까지 총 11가지의 디지털 명령어를 즉시 만들어내며, 사물인터넷(IoT) 망을 통해 스마트폰이나 모니터 화면으로 실시간 제어 신호를 보내는 데 성공했다.

가볍고 유연한 데다 구조가 단순해 제작 공정이 간소화되는 만큼, 향후 가상현실(VR·AR) 기기용 글러브, 환자 재활 치료 기기, 손동작으로 산업용 로봇을 원격 조종하는 스마트 팩토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상용화 가치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유형석 교수는 "기존에 신호를 단순히 나누던 전파 회로가 손가락 움직임을 직접 읽는 센서 역할까지 해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감지 범위를 다섯 손가락 전체로 넓히고 장시간 착용 안정성을 높여 실생활에 쓰일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양대 Beyond-G 글로벌 혁신센터 과제로 진행됐으며, 아미르 소하일(Amir Sohail)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성과는 사물인터넷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인 'IEEE 사물인터넷 저널(IEEE Internet of Things Journal)' 9월호에 온라인 게재됐다.

[email protected]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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