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로 빠지는 근육을 되살렸다 [언박싱 연구실]
<63> 숙명여대 배규운 교수팀
근육 노화 주원인 시돈 단백질 확인
신약물질로 근육량·악력 회복 입증
에너지 센서 켜서 미토콘드리아 개선
환자 임상 2상 거쳐 치료제 상용화
[파이낸셜뉴스]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배규운 교수와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강종순 교수 공동연구팀이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Cdon(시돈)' 단백질 감소가 중요한 특징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Cdon의 양을 회복시키는 물질을 찾아내 노화로 약해진 근육의 양과 기능을 개선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성과는 근본적인 치료 약물이 부족한 노화성 근감소증 극복을 위한 새로운 치료 표적을 발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진이 창업한 바이오벤처 애니머스큐어는 개발 후보물질 'AMC6156'으로 환자 대상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 2상을 통해 적정 용량과 안전성을 평가하고, 근육량과 근력, 신체 기능이 실제로 회복되는지 분석할 예정이다.
향후 활용 잠재력도 제시됐다. GLP-1 계열 비만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근육 감소를 보완하는 병용요법이나 신경과 근육 연결 부위에 문제가 생기는 희귀질환 치료제로의 개발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작용 원리와 효능을 확인한 실험 물질은 'AMC6156'이다. 논문은 사람의 유전자 데이터와 세포, 생쥐 모델을 활용한 전임상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먼저 사람의 근육에서 노화가 진행될 때 어떤 분자적 변화가 나타나는지 살폈다. 대규모 인체 조직 데이터베이스(GTEx)에 등록된 사람 891명의 골격근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Cdon 발현이 낮을수록 근육 위축과 관련된 유전자들의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Cdon 발현 감소가 근육 노화 및 근섬유 크기 감소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실제 사람의 근육세포에서도 유사한 차이가 확인됐다. 연구팀이 17세 남성과 68세 남성에게서 얻은 근육세포를 비교 분석하자, 68세 세포에서 Cdon 단백질 양이 크게 줄어 있었다.
연구팀은 근감소증 환자와 노화 생쥐에서 공통으로 '시스테인'이라는 대사물질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세포 실험 결과 시스테인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미토콘드리아의 호흡 기능과 에너지 대사가 떨어지고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했다. 이 같은 스트레스 환경에서 Cdon 단백질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Cdon을 다시 늘릴 방법을 찾기 위해 약물 탐색을 진행했다. Cdon의 유전자 조절 부위를 이용한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2485개 약물 라이브러리를 선별했다. 그 결과 'AMC6156'이 Cdon 발현을 유도하는 물질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AMC6156이 Cdon을 회복시키는 작용 원리도 확인했다. 근육세포에 AMC6156을 처리하자 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감지하고 조절하는 'AMPK' 신호가 5분 만에 활성화됐고, 이 반응은 최대 4시간까지 이어졌다. AMPK가 활성화되면서 과도한 시스테인 축적이 줄고 Cdon 단백질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손상됐던 미토콘드리아의 대사 기능과 항산화 방어 체계도 회복됐다.
세포에서 확인한 효과는 동물 실험에서도 입증됐다. 16개월 된 노화 생쥐에게 10주 동안 매일 AMC6156을 투여했다. 그 결과 노화 생쥐의 근육량과 앞발로 물건을 쥐는 악력이 유의하게 개선됐다. 신경에서 근육으로 자극을 전달하는 신경근 전도 신호도 좋아졌다. 근육 조직 손상과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 현상 역시 줄어들었다.
근섬유 가운데서는 순간적인 힘을 내는 '속근 섬유(type IIB)'의 단면적과 관련 단백질도 개선됐다.
효과는 근육에만 머물지 않았다. AMC6156을 투여한 노화 생쥐는 공복 혈당 조절 능력이 향상됐고 간에 쌓여 있던 지방도 감소했다.
이번 연구는 Cdon 단백질 감소가 근육 노화의 핵심 특징임을 확인하고, AMPK 활성화를 통해 Cdon을 유지하는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다만 이번 논문은 전임상 단계의 실험 결과인 만큼, 사람 환자에서의 유효성과 안전성은 현재 진행 중인 AMC6156의 임상 2상 분석을 통해 검증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email protected] 김만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