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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이 쏘아올린 '정착촌 제재'…佛·캐나다 가세, 이스라엘 보복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英 선두로 佛·캐나다 등 동참…EU 전체 금지도 추진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영국을 시작으로 프랑스와 캐나다 등 서방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정착촌을 겨냥한 무역 제한에 나섰다. 이스라엘이 영국 영사관 폐쇄라는 즉각적인 보복 카드를 꺼낸 데 이어 미국에서도 영국에 대한 대응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착촌 문제가 서방 동맹국 간 외교·통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 등 12개국은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정착촌 확대에 대응해 새로운 무역 제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이 가장 먼저 정착촌과의 무역 중단을 발표하자 이스라엘은 즉각 보복에 나섰다. 팔레스타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동예루살렘 주재 영국 영사관을 폐쇄하고 미국 주도의 가자지구 전후 조정센터에서도 영국 대표들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에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은 정착촌 확대를 "인종 청소"라고 규정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국가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재 대상에는 정착촌과의 직접 무역뿐 아니라 현지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 기업도 포함된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며 영국이 주권 문제에 개입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갈등은 미국으로도 번질 조짐이다.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는 영국의 발표에 앞서 BBC에 영국이 제재를 강행할 경우 미국도 보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미국 주에서 영국 기업의 사업을 제한하는 방안까지 거론했다.

다만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이 문제에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영국이 발표 전 트럼프 행정부에 계획을 통보했다면서 "서안지구에서 폭력이나 분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의 발표 직후 프랑스와 캐나다도 동참했다.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폴란드, 스웨덴 등도 정착촌과의 무역을 막고 유럽연합(EU) 전체로 금지 조치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일랜드는 이미 올여름 정착촌과의 무역 금지를 시행했고 스페인과 벨기에 등이 뒤따랐다. 반면 독일은 이스라엘에 대한 EU 경제제재에 반대하며 EU 차원의 확대를 막아왔다.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경제 효과는 제한적이다. 영국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과 서안지구 정착촌 간 무역 규모는 약 3800만파운드(약 5140만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착촌을 정상적인 교역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는 작지 않다는 평가다.

갈등의 중심에는 이스라엘의 E1 정착촌 확대가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이 지역에 수천가구의 신규 주택 건설을 승인했다. 유럽 국가들은 E1 개발이 서안지구를 사실상 분할해 앞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요르단강 서안지구 툴카름 인근 베이트 리드 마을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기자들이 전날 이스라엘 유대인 정착민들의 공격으로 파손된 산업단지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 요르단강 서안지구 툴카름 인근 베이트 리드 마을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기자들이 전날 이스라엘 유대인 정착민들의 공격으로 파손된 산업단지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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