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포드에 "中 기술 의존 끊어라"…CATL·지리 협력 정조준
CATL 기술로 美서 배터리 생산·지리와 유럽 합작
BYD와도 배터리 협의…더피 "기술적 자립 경로 마련해야"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 정부가 대표적인 자국 자동차 기업 포드에 중국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축소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중국 자동차의 미국 시장 진출을 막는 것을 넘어 자국 기업의 중국 배터리 기술과 공급망 의존까지 끊어내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숀 더피 미 교통부 장관은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포드의 "외국 적대국 기술에 대한 의존은 미국에 지속 가능한 전략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더피 장관은 "글로벌 시장의 치열한 경쟁 압력을 인정하지만 최근 포드의 전략적 결정들은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자신의 미래를 중국의 국가 지원 기업들과 얽어매고 있다는 우려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현직 장관이 특정 자국 자동차기업의 사업 전략을 직접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은 이례적이다. 포드와 중국 기업의 협력에 대해서는 그동안 미 의회에서도 공화·민주 양당 모두에서 우려가 제기돼 왔다.
더피 장관이 정조준한 것은 포드와 중국 배터리업체 CATL의 협력이다. 포드는 미시간주 공장에서 CATL의 기술을 라이선스해 배터리를 생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지만 핵심 기술은 중국 기업에서 가져오는 구조다.
최근 중국 지리자동차와 맺은 유럽 사업도 도마에 올랐다. 포드는 스페인 공장에서 유럽 시장용 지리 차량을 생산하고 양사가 해외 판매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해당 차량은 미국에서는 판매되지 않는다. 그러나 더피 장관은 이 협력이 "전략적 적대국이 서방 시장에서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하도록 돕는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링컨 차량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도 문제 삼았다. 포드는 2030년부터 해당 생산을 미국으로 이전할 계획이지만 더피 장관은 그때까지 중국 생산에 의존하면서 미국의 숙련 노동자들이 제조업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비판했다.
포드가 처한 딜레마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다. 포드는 중국 자동차업체의 미국 진출을 강하게 경계하면서 중국 업체의 미국 내 차량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세계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과 손잡지 않고 가격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포드는 CATL과 지리뿐 아니라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 가운데 하나로 성장한 BYD와도 향후 하이브리드 차량용 배터리 공급을 협의해왔다. 팔리 CEO는 올해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중국 자동차업체와 미국 내 합작법인을 설립해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방안까지 미 정부 관계자들에게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은 가격 경쟁력이 높은 배터리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포드 역시 자체 개발만으로는 중국을 따라잡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CATL 기술을 활용해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전략을 택했다.
더피 장관은 그러나 "기업이 전략적 경쟁국에 대한 사업상 의존도를 의도적으로 높인다면 미국 국민이 요구하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없다"며 포드에 중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적 자립을 위한 명확한 경로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포드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약 80%는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포드는 더피 장관의 공개서한에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