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반환' 홍콩 첫 행정수반 역임 둥젠화 별세…향년 89세
아시아 금융위기·민주화 시위로 8년 임기 내내 '격동'
해운 재벌 가문 출신…정협 부주석도 지내
[파이낸셜뉴스]중국으로 1997년 반환된 홍콩의 첫 행정수반을 지낸 둥젠화(董建華· 홍콩명 퉁치화) 전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이 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9세.
9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둥 전 홍콩 초대 행정장관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했다고 그의 사무실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성명은 "둥 선생은 평생 흔들림 없는 헌신으로 국가와 홍콩특별행정구를 위해 봉사했다"며 "성실함과 연민, 품위를 갖춘 그의 공헌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37년 중국 상하이의 해운업 거물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1997∼2005년 홍콩의 행정장관을 지냈다. 그의 가족은 1947년 홍콩으로 이주했다. 그는 중국 본토와 홍콩의 정치 조직에 모두 몸담으며 1996년 12월 치러진 홍콩 초대 행정장관 선거에서 당선돼 1997년 7월 1일 5년 임기를 시작했다. 첫 번째 임기가 끝난 뒤에는 경쟁 후보 없이 연임에 성공했다.
그의 8년간의 임기는 정책 실패와 본토의 개입에 대한 불안 속에 격동의 시기였다.
집권 초 아시아 금융위기와 기록적인 실업률, 홍콩 부동산시장 붕괴로 많은 서민이 큰 타격을 입었다.
2003년 7월에는 홍콩 정부가 추진한 이른바 '국가보안법'(홍콩 기본법 제23조 국가보안법안) 제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 50만명이 시위에 나서면서 그의 정치 인생 또한 고비를 맞았다.
당시 법안 추진이 결국 철회됐음에도 홍콩에서는 시위행진이 반환 기념일인 7월 1일마다 2020년까지 연례행사로 열렸다.
2004년 홍콩 시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다시 대규모 시위를 벌인 가운데 그해 12월 그는 임기 중 최악의 국면을 맞이했다.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업무 성과 부진을 이유로 둥 전 행정장관과 내각을 공개 질타한 것이다.
그는 결국 2005년 건강상 이유를 들어 자신의 두 번째 임기를 2년이나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에는 중국 최고 정치자문기구인 정협 부주석을 지냈다. 2년 뒤인 2023년 정협 지도부가 교체되면서 부주석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는 1960년 영국 리버풀대학교에서 조선해양공학을 전공했고, 미국에서 근무하다가 1969년 홍콩으로 돌아와 가업에 합류했다. 해운기업 오리엔탈 오버시스 총수 출신인 그는 1985년 홍콩 기본법 초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지원하는 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홍콩 기본법은 중국에 반환된 홍콩을 통치하는 헌법격의 법률이다.
[email protected] 이석우 국제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