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할당관세 악용 불법·탈세 5468억 적발… 586억 추징
바나나 고가신고뒤 해외송금·'바지'업체 동원 싹쓸이 등 편법 기승
보세구역 불법 비축 292톤 적발해 시장 공급 유도… 법 개정 추진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민생물가 안정을 위해 세금을 깎아주는 '할당관세' 제도를 악용해 수백억 원대 세금을 탈루하고 부당이익을 챙긴 수입업체들이 관세 당국에 대거 적발됐다.
관세청은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민생물가 안정을 저해하는 할당관세제도 악용 행위를 집중 단속한 결과, 총 5468억원 규모의 위반행위를 적발하고 탈세금액 586억원을 추징했다고 9일 밝혔다. 이와 함께 보세구역 특별 현장점검을 통해 불법 비축돼 있던 물품 292톤의 시중 공급을 유도했다.
이번 단속은 기획 관세조사(21개사 대상)와 보세구역 특별점검을 병행해 진행됐다. 주요 적발 유형을 보면, 바나나 수입업체 A사는 할당관세(관세율 0%) 적용을 받아 세금 부담이 없어진 점을 악용, 수입가격을 고의로 부풀려 신고했다. A사는 매입원가를 부풀려 영업이익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탈루하고, 과다 송금한 수입대금 명목으로 국내 자회사 이익을 해외 본사로 유출했다. 인하된 관세 혜택 중 일부는 국내 도매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
부당하게 물량을 '싹쓸이'한 사례도 적발됐다. 수입업체 C사는 다수의 유령 업체인 이른바 '바지'업체와 허위 선하증권(B/L) 양수도 계약을 맺어 할당관세 추천을 받게 한 뒤 수입 통관 즉시 서류상 재구매하는 방식으로 할당물량을 부당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바지업체에 지급한 수수료 등 불필요한 비용이 최종 납품가에 반영돼 소비자가격을 인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소고기 수입업체 등은 추천 조건인 '45일 이내 보세구역 반출' 의무를 어기고 최장 137일까지 보세구역에 불법 비축하다 적발돼 수 백억원의 관세를 추징당했다.
관세청은 할당관세 품목의 수입신고 기한을 보세구역 반입 후 30일에서 20일로 단축하고, 보세구역 반출 명령 불이행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관세법 개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방침이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국민과 실수요자에게 돌아가야 할 할당관세 혜택을 부당이익 추구 수단으로 악용한 행위에 대해서는 가용한 모든 역량을 동원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통업계는 관세 인하 혜택이 소비자 물가 안정으로 직결되지 않는 구조적 원인으로 복잡하고 다단계화된 국내 수입 유통 경로를 지적하고 있다. 수입업자가 관세 인하 혜택을 받더라도 대형 도매상과 중간 유통업자를 거치는 과정에서 유통 마진이 중첩돼 최종 소비자 가격 차감 폭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email protected] 김원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