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수사관이 조사 착수했다면 지휘 검사가 수사 개시한 것"
'3000만원 수수' 미대 교수 사건 공소기각 원심 파기환송
"범죄인지보고 아닌 실질적 수사 착수 시점이 수사 개시"
[파이낸셜뉴스] 검찰수사관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참고인 조사 등 실질적인 수사에 착수했다면 그 시점에 지휘 검사가 수사를 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다른 검사가 기소했더라도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최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미술대학원 주임교수 A씨와 대학원생 B씨의 상고심에서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대학원장으로 재직하던 2019년 9월 자신의 수업을 듣던 B씨로부터 연구실에서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B씨는 금품을 건넨 혐의와 함께 감사원의 출석 요구에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사건은 감사원의 수사 요청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됐다. 이후 검찰수사관들이 담당 검사의 지휘를 받아 참고인 조사와 피의자신문을 진행했고, 그 사이 담당 검사가 바뀌었다. 사건을 넘겨받은 다른 검사가 추가 조사를 거쳐 두 사람을 재판에 넘겼다.
쟁점은 수사 도중 담당 검사가 교체된 경우 마지막에 사건을 맡아 기소한 검사를 '수사를 개시한 검사'로 볼 수 있는지였다. 검찰청법 제4조 제2항은 검사가 자신이 수사를 개시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1심과 2심의 판결은 엇갈렸다. 1심은 두 사람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3000만원을, B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검찰수사관이 사건을 송치할 수 있는 독립적 지위에 있지 않은 수사 보조자라는 점을 들어, 피의자들을 직접 조사한 뒤 기소한 검사를 수사 개시 검사로 봤다. 같은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모두 맡아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에 위반돼 무효라며 공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검찰수사관이 지휘 검사의 지시에 따라 참고인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는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수사 행위에 착수했을 때 이미 수사가 개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범죄인지보고가 이뤄지거나 사건번호가 부여된 때를 기준으로 삼을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검찰수사관의 수사는 검사의 수사를 보조할 뿐"이라며 1차적 수사를 담당한 주체는 처음 수사를 지휘한 검사라고 판시했다. 그 결과 사건을 넘겨받아 기소한 검사는 자신이 수사를 개시한 범죄를 기소한 것이 아니어서 공소제기가 적법하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수사·기소 분리를 규정한 검찰청법 조항의 적용 기준을 대법원이 처음 제시한 사례로 평가된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