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고교팀 19 vs 3540… 女농구, 저변확대 없이 부흥 없다"
신상훈 WKBL 총재, 현주소 진단
얇은 선수층,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체지덕’ 관점서 교육 현장 개선돼야
프로리그 자생력·흥행 폭발력 위해
‘시민 구단’ ‘서울 연고팀 유치’ 필요
아시안게임 선전 통해 관심 커지길
한국 여자 농구는 자타공인 아시아의 전통 강호였다. 아시안게임 역사상 단 한 번도 메달을 놓친 적이 없는 굳건한 '효자 종목'이었고, 세계선수권대회 17회 연속 출전이라는 빛나는 금자탑도 쌓아 올렸다. 하지만 오는 18일부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일정에 돌입하는 대표팀을 향한 시선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짙게 깔려 있다.
한국 여자 농구가 마주한 현실이 마냥 장밋빛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대회에서도 금메달 전망은 어둡다. 개최국 일본과의 너무 확연해진 전력 격차 탓이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한국은 속도와 기술, 조직력을 앞세운 일본에 번번이 큰 점수차로 고배를 마시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만난 신상훈 WKBL 총재는 이러한 격차의 원인으로 '절대적인 저변의 차이'를 지목했다. "현재 한국의 여자 고등학교 농구팀은 단 19개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무려 3540개다"라며 "이러한 인프라 차이 속에서 일본을 쉽게 이기길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짚었다. 절대적인 선수층이 얇다 보니 스타 발굴이 지연되고, 이는 곧 국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 총재는 과거 한국 구기 종목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교육 현장부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1인 1기'를 의무화하여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스포츠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체육계 화두인 '최저학력제' 개편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운동선수가 공부를 못하면 안 된다'는 획일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기계적으로 수업 일수 채우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학생 선수들의 훈련 시간은 줄어들고 일반 학생들의 체육 시간마저 사라지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지덕체(智德體)'가 아닌 '체지덕(體智德)'의 관점에서, 기초 체력을 기르고 스포츠를 생활화하는 저변 확대가 시급하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 신 총재의 바람이다.
프로 리그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구조적 대안으로 '시민구단' 모델이 급부상하고 있다. 대기업 단일 스폰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는 모기업의 경영 상황에 따라 구단 전체가 흔들릴 위험이 크다. 신 총재는 "시민들이 매년 10만 원에서 20만 원가량을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프렌즈 서포터즈를 주축으로 삼고, 지역 내 수많은 중소·중견 기업들이 다중 파트너십으로 참여하는 형태의 시민구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여자농구의 WJBL 하네다 비키즈는 100여 개 이상의 파트너사가 십시일반 재정을 조달한다. J리그의 사간 도스는 지자체와 지역 사회가 결합하여 성공적으로 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흥행 폭발력을 더하기 위해 WKBL은 '서울 연고팀 유치'라는 승부수도 가슴에 품고 있다. 현재 6개 구단 모두 지방을 연고로 하고 있어, 최대 시장인 수도권 팬들의 직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신 총재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서울 내 구장을 확보하고, 팬들이 쉽게 찾아와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장기 청사진을 밝혔다.
결국 이러한 비전과 구조적 개편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대표팀의 선전을 통한 관심 몰이가 필수적이다. 사실, 간판 박지수, 박지현 등의 이탈로 전력이 크게 약화됐지만, 선수들이 투혼을 보여준다면 팬들의 발걸음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분명하다. 여자 농구는 오는 10월 5개국 10개 팀 규모의 '박신자컵'이 예정돼 있고, 11월에는 정규시즌이 막을 올린다.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선전은 정규 시즌 흥행을 위한 최고의 마중물이다. 19팀의 기적이 3540팀의 아성을 흔들 수 있을지, 나고야에서 한국 여자 농구의 당찬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