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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쓰레기서 찾은 '근대 유통망'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한양대박물관 '사물의 이동'전… 서울·부산 잇는 100년 전 물류 지도 조명

2009년 서울 성동구 행당동 폐기유적에서 출토된 근대 자기편. 한양대 제공
2009년 서울 성동구 행당동 폐기유적에서 출토된 근대 자기편. 한양대 제공

[파이낸셜뉴스]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 사람들이 쓰다 버린 밥그릇과 접시 조각을 통해 당시 한반도의 산업 생산과 물류·소비망을 되짚어보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한양대학교박물관은 10일부터 서울 성동구 한양대박물관에서 기획전 '사물의 이동-서울 행당동과 부산 영도로 본 근대 산업도자의 네트워크'를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다음 달 1일부터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에서도 순회전으로 이어진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2009년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옛 생활 쓰레기 매립지다. 이곳에서는 19세기 말부터 1960년대까지 경성 사람들이 버린 도자기와 생활용품 수만 점이 쏟아져 나왔다. 연구진은 버려진 사기그릇 바닥에 찍힌 상표와 회사 이름, 깨진 조각의 무늬를 단서 삼아 이 그릇들이 어디서 공장을 돌려 만들어졌고, 어떤 길을 거쳐 식탁에 오른 뒤 버려졌는지를 추적했다.

추적 끝에 드러난 것은 100년 전 한반도를 촘촘히 연결했던 근대 유통망이었다. 1917년 부산 영도에 세워진 대규모 도자기 공장과 바다 건너 일본 가마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그릇들은 배와 철도를 타고 경성으로 몰려들었다. 이 그릇들은 경성의 백화점과 시장 잡화점을 거쳐 조선인과 일본인의 밥상에 올랐고, 수명이 다한 뒤에는 도시 바깥인 행당동 언덕에 묻혔다.

이번 전시는 서울과 부산 두 도시의 성격에 맞춰 구성을 바꾼 것이 특징이다. 소비지였던 서울 전시는 쓰레기 매립지(행당동)에서 시작해 생산 공장(영도)을 역으로 찾아가는 방식으로 꾸며졌다. 반면 생산지였던 부산 전시는 영도 공장에서 찍어낸 그릇이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여정으로 구성된다.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아직 용도나 생산지를 밝혀내지 못한 '미등록 사물'들을 배치해 관람객이 연구원처럼 직접 관찰하고 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흙을 털어내고 조각을 맞추며 물건이 다시 제 이름을 찾아가는 '발굴과 복원의 과정'도 함께 보여준다.
안신원 한양대박물관장은 "그릇 조각을 추적하는 일은 단순한 유물 조사가 아니라 공장과 항구, 철도와 상점, 밥상이 맞물려 돌아가던 근대 도시의 거대한 경제 흐름을 확인하는 작업"이라며, "두 도시가 같은 사물의 이동 경로를 서로 다른 방향에서 살펴보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전시는 11월 30일까지 열리며, 월요일부터 토요일(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 피난 화가들이 만든 접시를 소개하는 특별전과 서울·부산 현장을 둘러보는 문화 투어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email protected]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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