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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는 좋아졌지만"…자살 고위험군 여전히 많다 [헬스톡]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상담전화 109. 연합뉴스
상담전화 109.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통계가 개선됐다고 해서 자살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준희 교수는 최근 자살 사망자 감소 추세에도 여전히 고위험군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9월 10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정한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국가데이터처 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5월 자살 사망자는 1071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0.8%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자살 사망자도 6,278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10명(12.7%) 줄었다.

이 교수는 "최근 경기 회복세와 자살예방에 대한 국가적 관심 및 정책 등이 자살 감소세에 기여했을 수 있지만, 여전히 자살 위험성이 높은 개인과 집단들이 있다"며 "이러한 고위험군에게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인간관계 갈등, 급격한 생활환경 변화와 같은 스트레스가 더해지면 언제든 정신건강 위기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뿐 아니라 다양한 위험요인 살펴야

사람들은 자살 위험성의 원인으로 흔히 우울증을 떠올린다. 실제로 우울증은 자살의 중요한 위험요인 중 하나로, 진단기준에도 반복적인 자살 생각이 포함돼 있다.

이 교수는 "자살에 대한 생각 이외에도 수면이나 식사 패턴의 변화, 즐거움의 상실, 집중력 저하, 무기력감 등이 나타나며 학업·직장·가정생활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의학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자살 위험요인은 우울증 외에도 다양하다. 양극성장애, 불안장애, 불면, 알코올 등 물질 사용, 트라우마 경험, 만성 통증, 신체질환, 갑작스러운 상실 등 여러 위험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따라서 여러 자살 위험요인에 대한 폭넓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위험성 및 폭력성과 동일시하는 편견도 바로잡아야 할 대목이다.

이 교수는 "우울증 환자 중 일부는 무기력, 죄책감, 불안, 자기비난과 함께 자해 및 자살 충동을 경험할 수는 있으나, 우울증 자체가 타인에 대한 폭력성 및 타해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며 "우울증 환자들은 대개 무기력증에 빠져 기운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을 해할지언정 남을 해칠 만큼 폭력적인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질환을 위험성과 동일시하는 편견은 환자가 치료를 미루게 하고, 주변 사람도 도움을 요청하거나 권유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정신건강 문제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평가와 치료가 가능한 의학적 문제인 만큼, 증상을 숨기거나 혼자 견디기보다 이른 시점에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회복과 위기 예방에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혼자 버티지 말고 즉시 도움 요청해야"

전문가들은 자살에 대한 생각이 구체화되거나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다고 느껴지면 위기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교수는 "혼자 버티지 말고 즉시 정신건강의학과나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 신뢰할 수 있는 가족·지인에게 알려야 한다"며 "주변 사람이 '죽고 싶다', '살아갈 이유가 없다'는 말을 한다면 이를 가볍게 넘기지 말고, 판단하지 않고 이야기를 들어준 뒤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곁에서 연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와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은 365일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자신 또는 타인의 생명이 당장 위험한 상황이라면 119에 신고하거나 가까운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이 교수는 "자살예방은 거창한 구호보다 위험 신호를 놓치지 않고, 한 사람을 치료와 돌봄의 체계에 연결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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