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20년 넘게 안 들리던 귀, 다시 들리게 된 비결은 [헬스체크]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박홍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난청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박홍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난청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20년 이상 난청을 방치한 만성 중이염 환자도 인공와우 수술로 정상 난청 환자와 대등한 수준의 청력을 회복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홍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은 후천성 만성 중이염 환자와 일반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를 대상으로 인공와우 수술 후 청력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수술 1년 후 두 환자군의 청각 능력은 대등하게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만성 중이염 환자군은 20년 이상 난청을 앓았더라도 단어인지명료도가 감소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중이염은 귀 안쪽 중이(가운데 귀)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청각과 의사소통에 지장을 초래한다. 장기간 중이염이 반복되면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악화하고, 난청이 지속되면 청각·언어습득·발성을 관장하는 대뇌 피질이 줄어들어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조기 치료를 놓쳐 보청기로도 청력 개선이 어려운 단계에 이르면 남은 방법은 인공와우 삽입 수술이다. 그러나 만성 중이염 환자는 중이와 유양동에 만성 염증이나 해부학적 변형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수술 시 감염이나 전극 돌출 등의 위험이 커 지금까지 수술 시행이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염증을 완전히 제거하고 지방이식으로 중이강을 채운 뒤 인공와우 삽입 수술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위험을 낮추고 청력을 효과적으로 회복시켰다. 지난 2006년 7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후천성 만성 중이염 환자 33명과 연령 및 성별을 일치시킨 비염증성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 70명을 대상으로 수술 전후 청력 및 영상 검사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수술 1년 후 만성 중이염 환자군의 단어인지명료도와 순음청력역치 등 전반적인 청각 결과는 일반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군과 대등하게 우수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난청 지속 기간에 따른 예후 차이였다.

일반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군은 난청 기간이 20년을 넘으면 수술 후 단어인지명료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만성 중이염 환자군은 20년 이상 난청을 앓았음에도 단어인지명료도가 감소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연구팀은 만성 중이염 환자에게 남아있는 골도 청력이 지속적으로 청각을 자극해 청각 경로와 신경 기능을 보존하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수술 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만성 중이염 환자의 9.1%가 내이염을 동반하고 있었으며, 내이염이 관찰된 환자는 수술 후 단어인지명료도가 다른 환자들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이는 내이염 동반 여부가 인공와우 수술 후 예후를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임을 보여준다.

박홍주 교수는 "만성 중이염으로 장기간 난청을 겪어 보청기조차 소용이 없어진 환자들도 좌절하지 않고 인공와우를 통해 청각을 성공적으로 되찾을 수 있음을 이번 연구가 시사한다"며 "성공적인 인공와우 수술을 위해서는 수술 전 MRI 등 정밀한 영상 검사를 통해 내이염 동반 여부를 확인하고 최적의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난청은 다양한 치료방법이 있으며 치료가 빠를수록 효과적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난청의 심한 정도와 관계없이 대부분 환자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청각 재활이 가능하다. 난청을 치료하면 사회생활도 원활해지고 우울증도 감소하며 인지기능도 좋아지는 등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비인후과 분야 국제 학술지 '이비인후과학회지(Ear, Nose & Throat Journal)' 최신호에 게재됐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인공와우 #청력 #난청 #수술 #중이염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