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노인 어지럼증, 재활훈련으로 개선…집에서 '주시 안정 운동' 하세요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고령자 5~10%가 경험하는 '전정병증'
낙상 유발하고 공간인지 능력도 낮춰
약 대신 운동으로도 90% 가까이 호전

손가락을 눈앞 30cm 지점에 고정한 뒤 손가락을 응시한 채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주시 안정 운동. 국제성모병원 제공
손가락을 눈앞 30cm 지점에 고정한 뒤 손가락을 응시한 채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주시 안정 운동. 국제성모병원 제공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빠르게 회전하면서도 어지러워하지 않는 것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반복된 훈련의 결과다. 노년층의 어지럼증도 마찬가지로, 운동을 통해 뇌의 적응력을 끌어올리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

김민범 국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대한이과학회 특별이사)는 10일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어지럼증이나 보행 이상이 있다면 평형 기능 검사를 통해 치료 필요성을 확인하는 조기 진단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후 적극적인 훈련을 통한 재활 치료와 함께 생활 환경 개선을 병행하면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며 "어지럼증은 노화의 숙명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덧붙였다.

■어지럼증, 낙상과 고립으로 이어져

노인 3명 중 1명은 최근 1년 이내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어지럼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에 따라 발생률이 증가하는데, 70대 이상에서는 35~40%까지 나타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닌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건강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지럼증이 생기면 자세가 흔들리면서 낙상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특히 대퇴골 골절이 발생하면 1인당 수천만 원의 치료비가 들 뿐 아니라 간병인이나 가족의 돌봄이 필요해 사회경제적 손실도 상당하다. 어지럼증은 신체적 위험에 그치지 않는다. 증상이 생기면 낙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활동량이 줄고, 이는 근력 저하로 이어져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활동이 줄면서 고립되고, 인지 기능, 특히 공간 인지 능력이 저하되는 경향도 보고된 바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3개월 이상 똑바로 서거나 걷기 힘들고, 머리를 움직일 때 어지러우며, 걸을 때 세상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는 증상이 이어진다면 '노인성 전정병증'을 의심하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런 노인성 전정병증은 전체 고령자의 5~10%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된다.

■전정재활 치료로 90% 가까이 호전

치료법으로는 약물보다 운동을 통한 '전정재활 치료'가 권장된다. 약물 치료는 어지럼증이나 구토 같은 증상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오히려 회복을 방해하고 약물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운동 치료는 귀의 기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눈이나 관절 등 다른 감각을 활용해 균형을 잡도록 뇌의 적응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전정재활 치료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못 하거나 어지러움을 느끼는 동작을 찾아내 반복시키는 '적응 훈련', 귀 기능이 저하됐을 때 눈이나 관절을 활용해 균형을 잡도록 돕는 '대치 훈련', 특정 자세에서 심한 어지러움을 느끼는 경우 강도를 서서히 높여가는 '습관화 훈련', 그리고 고개를 움직이거나 시선을 옮기며 걷는 '자세·보행 훈련'이다.

노인성 전정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전후 어지럼 척도를 비교한 결과, 약 90%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호전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됐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훈련법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주시 안정 운동'으로, 손가락을 눈앞 30cm 지점에 고정한 뒤 손가락을 응시한 채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방식이다. 고개를 돌리는 속도를 점차 높이면 운동 강도도 세진다. 이 동작이 익숙해지면 손가락을 함께 움직이거나 걸으면서 고개를 돌리는 동작으로 난이도를 높일 수 있다.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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