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꺾이는 신호, 채권시장에 먼저 온다" [fn마켓워치]
AI 캐펙스 절반 외부자금 의존
금융시장 경색→GPU·메모리 주문 둔화
전력기기는 충격 제한…16.5조 수주 중 AI 1조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이상징후가 메모리 가격이나 재고보다 채권·자산유동화증권(ABS) 등 자본시장에서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I 데이터센터와 GPU 투자의 외부자금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자금조달 여건 악화가 데이터센터 착공과 GPU 발주를 거쳐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메모리 주문 감소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신용평가 크레딧 세미나'에서 "메모리 수요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려면 산업지표뿐 아니라 금리와 자본시장 유동성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채권시장을 먼저 봐야 하는 이유는 AI 투자의 '금융화'에 있다. 과거 반도체 사이클은 메모리 가격·재고·출하량 등 산업지표가 핵심 선행지표였지만,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사업자의 자체 현금만이 아니라 회사채·ABS·프로젝트금융 등 외부자금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 데이터센터 투자가 축소되기 전부터 채권 발행 감소, 신용스프레드 확대, 조달금리 상승 등 금융시장의 가격 신호가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연구원은 메모리 수요가 강해 적어도 2027년까지는 실적 가시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2025~2028년 AI 관련 설비투자(CAPEX)의 약 절반이 외부자금으로 조달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융시장 의존도 자체가 새로운 리스크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자본시장에서는 통상 실물투자보다 자금조달 여건이 먼저 움직인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실제 투자를 취소하거나 GPU 주문을 줄이기 전에, 채권·ABS 투자자들이 위험을 먼저 가격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관련 채권의 발행 여건이 나빠지고 요구금리가 높아지거나 스프레드가 벌어지면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는데, 이 단계가 곧 AI 투자 둔화의 초기 경고음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임대료를 기초자산으로 한 ABS, GPU 컴퓨팅 사용료 기반 금융, 장기 사용계약을 활용한 데이터센터 조인트벤처(JV) 등 AI 인프라와 금융시장을 연결하는 자금조달 구조도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김 연구원은 "자금시장이 막히면 구조화금융 발행 감소와 요구금리 상승이 데이터센터 투자, GPU 발주, 메모리 주문 둔화로 순차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신평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용도는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김 수석은 "AI 금융화로 메모리 수요가 금융시장 여건에 영향을 받는 새로운 위험 경로가 생겼다"며 "다운사이클을 감내할 재무 완충력이 신용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email protected] 김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