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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자금 빨아들인 특은채 20兆… 일반회사채는 찬밥신세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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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 확대로 특은채 폭증
신용위험 낮아 투자자금 흡수
기업 자금조달 비용 끌어올려
하반기 대규모 만기 한전채 복병

기관 자금 빨아들인 특은채 20兆… 일반회사채는 찬밥신세

정부의 정책금융 확대가 채권시장의 자금 흐름까지 바꾸고 있다. 기업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특수은행이 올해 들어 20조원 가까운 채권을 순발행하면서 기관투자가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떠올랐다.

정책금융을 공급하기 위한 국책은행의 자금조달이 늘면서 초우량 특은채가 시장에 대거 쏟아지면서 한정된 기관 자금을 놓고 일반 회사채·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와 경쟁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코스콤CHECK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일까지 은행채 순발행액은 33조518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순발행액 26조768억원보다 7조4413억원 많다. 9개월도 지나지 않아 지난해 순발행 규모를 약 28% 넘어선 것이다.

은행채 공급 확대를 주도한 것은 특수은행이다. 기업은행의 올해 순발행액은 14조93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10조14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수출입은행도 4조1800억원을 순발행해 지난해 연간 3조1600억원을 웃돌았다.

산업은행 순발행액 7381억원까지 합치면 산은·기은·수은 등 특수은행 3곳의 순발행액은 19조원을 넘어간다. 전체 은행채 순발행액의 59% 수준이다.

특은채 공급 확대의 배경에는 정책금융이 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첨단전략산업과 혁신성장, 중소기업 등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시장성 자금조달 수요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정책금융 확대를 위해 발행된 특은채가 크레딧 시장에서는 일반 회사채와 투자자 자금을 놓고 경쟁한다는 점이다. 특은채는 기관투자가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낮은 초우량 크레딧물이다. 특은채 공급이 대규모로 이어질 경우 은행·보험사·연기금 등 기관의 한정된 채권 투자자금을 먼저 흡수하면서 회사채와 여전채로 유입될 자금을 밀어낼 수 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크레딧 전망 보고서에서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정책금융 지원 기조에 맞춰 특은채 발행량을 예년 대비 대폭 늘렸다"며 초우량 크레딧물 공급 확대가 시장의 한정된 매수자금을 흡수해 일반 회사채·여전채로 갈 자금을 제한하는 구축효과를 유발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초우량채와 일반 크레딧물 간 자금 확보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 특은채처럼 신용도가 높은 채권 공급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높은 일반 회사채와 여전채는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크레딧 스프레드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하반기에는 이 경쟁에 한전채까지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 한전의 회사채 잔액은 60조원을 웃도는 가운데 앞으로 대규모 만기가 이어진다. 한전이 만기도래 채권을 차환하기 위해 발행을 확대하면 특은채와 함께 기관의 초우량채 투자자금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윤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정부의 주택·사회간접자본(SOC) 공급 확대 정책 등에 따라 공사채와 특수은행채 발행이 대형화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증시로의 머니무브와 은행권의 매수여력 약화가 맞물리면서 크레딧 시장의 수급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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