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방산 소재기지 ‘온산제련소’ 경영권 분쟁 장기화에 발목 잡힐라 [‘적대적 M&A 2년’ 이겨낸 고려아연]
반도체황산 국내수요 60% 공급
회사·주주 불협화음 美 현지 혼선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가 기존 아연·연 중심에서 벗어나 반도체, 방산, 인공 지능(AI) 산업에 사용되는 전략소재 생산기지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아연과 연을 제련한 뒤 발생하는 부산물과 재활용 원료에서 금·은과 희소금속을 추가로 회수하는 통합제련 구조가 기반이다. 다만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적대적 인수합병(M&A)과 경영권 분쟁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아연·연·구리와 금·은,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텔루륨, 반도체황산 등 약 20종의 비철금속과 소재를 생산한다. 지난해 생산량은 아연 61만t, 연 41만4000t, 구리 3만3031t이었다. 안티모니 4501t, 인듐 97t도 생산했다. 고려아연은 국내 유일의 안티모니와 인듐 생산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안티모니는 난연재와 탄약 등에 사용되고 인듐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소재에 쓰인다. 게르마늄은 적외선 광학장비와 반도체·태양전지 등에 활용된다.
고려아연의 핵심광물 생산은 아연·연 제련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과 전자스크랩 등 이차 원료에서 유가금속을 추가로 회수하는 방식이다. 별도의 핵심광물 정광을 투입하기보다 기존 제련 공정에서 회수 가능한 금속 종류를 늘리는 구조로, 하나의 제련소에서 기초금속과 귀금속, 희소금속을 함께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공급망 측면에서는 중국 편중도가 변수다. 중국의 핵심광물 수출통제가 확대되면서 미국·한국 등에서 비중국 공급망 구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고려아연이 기존의 안티모니·인듐 생산에 게르마늄과 갈륨을 추가하려는 배경이기도 하다.
핵심광물 공급망 사업은 대규모 투자와 장기간의 운영계획은 물론 정부와 고객사 등 정책·사업 파트너와의 지속적인 신뢰가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권을 둘러싼 법정 공방과 이사회 구성의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현재 추진 중인 투자와 사업의 연속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분쟁의 전선이 미국 현지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MBK·영풍 측은 지난 7월에는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현지 인사들을 초청한 리셉션을 열고 '프로젝트 크루서블'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혔다. 고려아연과 사전 협의 없이 프로젝트 명칭과 홍보물 등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의 갈등은 고발전으로 이어졌다. MBK·영풍은 최대주주로서 미국 현지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한 정당한 활동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미국 정부와 주정부, 지역사회 등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놓고 회사와 주주 측이 현지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이해관계자들에게 혼선을 주고 한·미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의 신뢰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기존 제련 경쟁력을 바탕으로 반도체와 방산 등 전략산업 소재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화한 경영권 분쟁이 자칫 성장에 제동을 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미희 기자




